한국은 격차의 나라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남성과 여성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08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임금 불평등 수준은 최하위다.

물론 우리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 정권마다 1년에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목청껏 외쳤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고용안정도 단골메뉴였다. 하지만 고용불안은 여전하고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이런 한국의 고용과 노동시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기초교육학부)는 <한국 고용체제론>(후마니타스·1만7천원)에서 우리나라 고용체제의 특징을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용체제란 고용관계와 노동시장이 사회적으로 구조화돼 있는 형태를 의미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고용체제를 ‘신자유주의 분절 고용체제’라고 규정한다. 97~98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장모델이 들어선 한편에선 1차(내부)·2차(외부) 노동시장 분절이 강화됐다.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남성(고임금·고용안정)과 여성(저임금·고용불안)의 분절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또 "한국 고용체제의 변동 과정을 통해 이 같은 구조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흔히 87년 고용체제와 97년 고용체제의 '단절적' 변화를 말하지만 정 교수는 '연속성'에 주목한다. 그는 “87년 고용체제의 핵심인 내·외부 노동시장 분절과 연공임금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다”며 “97년 이후 신자유주의가 진행되면서 노동시장 분절이 강화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책에서 한국 고용체제를 분석·진단했지만 개혁과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가 2006년 펴낸 <현대 노동시장의 정치사회학>에서 제시한 ‘사회적 노동시장’ 구축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사회적 노동시장이란 사회적으로 규제되는 노동시장, 노조에 의한 연대임금 정책,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안전망을 전제로 한 유연안정성을 말한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 모델’과 우리가 처한 ‘사회 현실’ 사이에 간극이 크지만 실망하기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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