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대상판결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2가합6339 임금

1. 사건의 개요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사건의 개요
2012년 7월27일 ‘야만의 새벽’으로 일컬어지는 에스제이엠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주식회사 에스제이엠은 이날 새벽, ㈜컨택터스 용역직원들을 투입해 당시 작업장에 있던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에스제이엠지회 조합원들에게 몽둥이·소화기 등을 사용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약 40여명의 조합원들이 머리가 깨지고, 입술이 터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최대 전치 12주의 상해를 당했다.

주식회사 에스제이엠은 이같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같은해 9월23일까지 59일간 이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에스제이엠지회 조합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직장폐쇄의 개시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직장폐쇄 기간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회사는 지회 조합원들의 청구에 대해 지회의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항해 정당하게 직장폐쇄를 했으므로 조합원들에게 직장폐쇄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의 주장을 배척하고 회사의 직장폐쇄는 지회의 쟁의행위에 대한 소극적인 방어수단을 벗어났거나 또는 그 상당성을 결여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사용자측의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위 판시의 근거로 든 사정은 아래와 같다.

① 지회는 회사와 단체협약에 대해 12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회사는 임금협정에 필요한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아니했다.

② 지회의 쟁의행위 목적 중에는 사용자 경영권과 관련된 사항도 일부 포함돼 있기는 하나, 지회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은 임금 및 근로조건 향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지회는 관계 법령에 따라 사측과의 교섭, 찬반투표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④ 지회가 전개한 쟁의행위의 내용 또한 부분 파업 및 태업 등의 형태에 그쳤을 뿐,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므로 쟁의행위 절차상 정당성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지회가 회사의 생산장비를 파손하는 등 위법한 수단으로 쟁의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지회의 쟁의행위로 인해 회사의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같은 손해는 사용자측의 불법적인 직장폐쇄로 발생한 손해로 볼 여지도 있다.

⑥ 회사는 단체협약에 따라 정당한 교섭을 요구하면서 근로제공을 일부 거부하는 원고들의 쟁의행위에 대해 경비용역업체를 동원해 조합원들을 사업장 밖으로 나가게 하는 등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회사 노무관리이사인 ○○○를 비롯해 관련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이 이 사건 직장폐쇄 당시 폭력을 행사해 조합원들을 진압한 사실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은 회사의 직장폐쇄가 명백하게 상당성을 초과해 이뤄졌음을 뒷받침한다.

2. 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

우리나라 통설 및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아래와 같은 요건을 갖춰야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첫째, 사용자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 이후에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대항성 요건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46조 제1항).

둘째,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노사 간의 교섭력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에게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수동적·방어적인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부득이하게 개시되는 경우에 한해 할 수 있다(방어성 요건).

그리고 우리나라 대법원이 위 방어성 요건의 구체적인 판단 표지로 제시하는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교섭태도와 교섭과정’, ‘근로자의 쟁의행위의 목적과 방법’, ‘근로자의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받는 타격의 정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1.28 선고 2007다76566 판결 등).

직장폐쇄 사건에서 당사자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이 방어성 요건 구비 여부이며 이 사건에서도 회사의 직장폐쇄가 과연 방어성 요건을 갖췄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이 직장폐쇄 정당성 요건 판단과 관련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직장폐쇄 정당성 요건 판단과 관련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이 사건 직장폐쇄의 위법 여부를 판단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직장폐쇄의 방어성 요건의 구체적인 판단 표지로 제시한 ‘교섭 과정’, ‘쟁의행위의 목적과 방법’,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받는 타격의 정도’에 대한 판단과 함께 회사가 경비용역업체를 동원한 폭력 행사의 방법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을 두고 이 사건 직장폐쇄가 명백하게 상당성을 초과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즉, 직장폐쇄 개시 방법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판단 표지로 삼아 이 사건 직장폐쇄의 방어성 요건 판단을 했다.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 조합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직장폐쇄를 실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여지는 전혀 없고, 이 같은 직장폐쇄 개시의 폭력성과 불법성은 당연히 직장폐쇄 정당성 요건의 중요한 판단 표지가 돼야 한다. 대상판결은 이같이 지극히 당연한 법리를 판시한 것이다.

4. 결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비롯한 노동3권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기본권인 반면에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46조가 비로소 인정한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항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법률적 권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용자는 직장폐쇄를 소극적인 목적을 넘어 노조나 쟁의행위를 무력화하거나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에스제이엠을 비롯해 유성·KEC·상신브레이크·발레오 전장 등에서 용역 업체의 폭력을 동원한 직장폐쇄가 풍토병처럼 유행했고, 그 목적은 명백히 폭력행사를 통한 노조 파괴와 쟁의행위 무력화였다.

회사의 항소로 이 사건 대상 판결에 대한 항소심 진행이 예정돼 있지만, 대상 판결이 노조파괴 목적의 폭력적인 직장폐쇄가 근절되는 중요한 계기이자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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