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대한민국에서 노무관리 역사는 노동탄압의 역사였다. 노무관리는 노조의 조직과 활동, 그리고 임금·인사·고용 등 근로조건에 관해서 사용자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이 노조로 단결해서 노동자권리를 위해 단체교섭과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는 것, 헌법 제33조가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권, 즉 노동기본권이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해서 조직 운영을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행동이 허용된다. 거기서 사용자는 노동자의 이익을 저지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 노조의 조직 운영에서는 그렇지 않다. 노조의 조직 운영에 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은 위법이다. 특별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는 노조의 설립과 가입 등 조직 운영에 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을 부당노동행위라고 규정해서 금지하고 처벌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하고 운영하는 것에 사용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개입해서 금지하고 제한해 왔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무노조경영, 자신의 사업장에서 노조의 설립을 금지하는 것이 삼성식 노무관리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이 나라에서 많은 사용자들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노조 설립의 금지가 아닌 노조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노무관리를 해 왔다.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KT와 그 자회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KT식 노무관리다. 사실 KT식 노무관리가 이 나라에서는 KT와 그 자회사에서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노조가 존재하는 대부분 사업장에서 행하고 있는 노무관리다. 이렇게 오늘 대한민국에서 노무관리는 삼성식과 KT식으로 갈라지고 있다.

2. 사용자가 노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노조활동에서 자주성을 거세시키는 노무관리는 KT와 그 자회사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탄압에 분노하며 노동자들이 자결하는 일까지 있었다. 기업별노조가 강제되고 복수노조 설립이 금지된다면 삼성식 노무관리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산별노조 등 초기업단위노조체제로 노조운동이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고, 사업장단위까지 복수노조 설립이 전면적으로 허용된 현재 노조법체제에서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조의 설립이나 가입 자체를 금지하기란 쉽지 않다. 오늘 법은 삼성식 노무관리를 버렸다. 현행 노조법체제가 계속된다면 이 나라에서 노무관리는 삼성조차도 삼성식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KT식 노무관리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해서 활동하는데 대해 사용자의 개입방법으로 활용될 것이다. BC카드와 스카이라이프의 경우가 KT식 노무관리라고 노조가 그 실태를 발표했다. 그것은 첫째, 인사노무관리를 위해서 KT가 담당임원과 인사노무관리담당자(이른바 다루가치)를 직접 파견하고, 둘째, 임원 및 관리자의 노무관리가 강화되며, 셋째, 노조 선거와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 개입하고, 넷째, 노조집회·노조출범식 등 노조행사 참석을 방해하며, 다섯째, 자주적인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 등에 대한 전보발령 등 인사조치상의 불이익을 주고, 여섯째, 성과부진자퇴출프로그램(C-Player)의 추진을 시도하며, 일곱째, 자회사 직원들 개인정보를 KT가 자회사로부터 가져간다는 것 등이라고 했다. 여기서 둘째부터 여섯째까지는 해당 사업장의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노무관리하는 방식이라면 첫째와 일곱째는 KT가 해당 사업장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KT가 인수해서 경영권을 행사한 뒤에 나타나고 있는 사용자의 각종 부당한 노무관리사례들을 노조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과 운영에 관해 사용자가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용자의 지배·개입을 위해서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조에 관해 사소한 것이라도 파악하고 관리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돼야 한다. 우리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사용자가 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관해 파악하는 것을 당연한 노무관리의 업무라고 회사는 부서를 두고 관리한다. 법원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하고 있지 못하다. 이것이 자회사에 노무관리를 위한 담당자를 파견하는 상황까지 연출하고 말았다.

3. 사용자가 노조의 선거에 개입하고 노조의 행사를 방해한다면 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것이다. 당연히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규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법원은 판결하고, 노동위원회는 판정하고,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한다. 부당노동행위는 노조법이 금지한 불법행위이고, 2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하는 범죄행위다. 그러니 이러한 사용자의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부당노동행위로 엄단해야 마땅한다. 법적으로는 분명히 그렇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이러한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법적으로는 엄단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상하게도 자회사에서는 KT가 경영권 행사를 한 뒤 바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KT가 경영권을 행사하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 나라에서 회사는 언제라도 경영방침이 변경돼서 노조탄압을 하라 한다면 불법행위, 범죄행위인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조직이 언제든지 범죄조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KT식 노무관리가 언제든 어디서든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끔찍한 노동현실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이러한 일들을 회사 관리조직을 통해서 관리자를 통해서 자행하고도 이를 은폐하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누구도 범죄라는 인식이 없고 범죄라도 회사는 자행하고 은폐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증거인멸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 나라에선 노사관계가 악화되면 언제든지 회사는 노조의 선거에 개입하고 그동안 보장해 줬던 노조 행사를 제한하는 것으로 방해하는 일이 수도 없이 벌어진다. 우리의 노동현실은 KT식 노무관리에 열려 있다.

4. 많은 사업장에서 노무관리 업무는 노조 조직과 운영, 그 활동을 회사가 파악하고 관리하는 일이 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속한 부서의 관리자 업무이기도 하다. 조합원과 노조간부의 성향을 파악하고, 노조 임원 및 대의원 선거에 개입하며, 이를 위해 평소 근로자들에 대한 일상적인 관리를 하고, 인사평가 등에서도 고려하기도 한다. 노동자권리를 위해 사용자에 노동자가 주장해야 하는 경우에도 회사에 대립하지 않고 노사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그 업무가 수행된다. 노조의 조직과 운영, 활동에 관해 사용자가 지배·개입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서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다. 사용자가 노조의 조직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경우만 부당노동행위인 것이 아니다. 이 부당노동행위는 범죄행위이고 금지돼야 하고 법집행하는 노동행정관청은 회사 조직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지 실태조사해야 한다. 사실로 확인되면 그 조직 또는 업무를 폐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회사에서 노무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관리자들이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부당노동행위라고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자행하고 은폐하는 일이 너무도 당연하게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다. 회사가 범죄조직이 아닌 한 행할 수 없는 짓이다. 당장 고용노동부와 그 일선 행정관청은 실태조사하고 폐지하도록 법집행해야 한다.

5. 대한민국에서 노조 조직과 운영, 그 활동에 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행위 일체는 부당노동행위로서 처벌받는 범죄행위이다. 따라서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기관과 법원의 법집행으로 대한민국에서 근절해야 하는 범죄행위다. 근로감독관·검사가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는 근로자가 고소해야 수사할 수 있는 사건도 아니다. 수사기관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부당노동행위에 관해서는 노조 등의 고소·고발이 있어야 수사를 했다. 그것도 신속하고 엄중하게 정식으로 기소되는 일은 드물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으로는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법원의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입증책임은 사용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국가기관이 나서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형사사건에서 부당노동행위의 법집행 의지에 달려 있다. 달리 보면 우리의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돼 온 것도 수사기관의 법집행의지 부족에 기인한다. KT식 노무관리는 국가권력의 법집행의지의 결여가 만든 것이다. KT식 노무관리, 대한민국에서 부당노동행위제도를 비웃고, 권력의 법집행을 비웃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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