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아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사례1. 2007년 8월 해고된 K은행 계약직 근로자

△근로자K는 2002년 8월부터 2007년 7월까지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다.

△K은행은 2007년 7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과 함께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인사평가를 실시해 평정결과가 하위 5%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근로자K는 하위 5%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7년 7월31일 재계약이 거절됐다.
기간제법이 제정·시행되기 이전까지 K은행은 계약직 근로자에 대해 인사평가 결과를 이유로 일정 범위의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사실상 없었다. K은행은 2007년 초 계약직 근로자의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까지 평가규정을 강화해 실제로 이를 실행해 옮긴 것이다.

당시 노동위원회에서 계약직 근로자 취업규칙 변경의 적법성 여부, 지난 5년간 업무능력이 미진하다고 지적 한 번 당하지 않았던 근로자가 난데없이 하위 5%가 된 경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결국 근로자K에 대한 재계약 거절은 부당해고로 판정됐다.

사례2. 2010년 5월 해고된 K보험 계약직 근로자

△근로자K1·K2는 2004년 5월부터 2010년 5월까지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다.

△K보험은 전체 근로자를 모두 계약직 근로자로 채용·운영했다.

△K보험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에 대해 그 근로계약 2년이 도래한 시점에서 취업규칙을 변경해 인사평가 결과가 80점 이상이면 정규직 전환, 70~79점이면 계약직 유지, 70점 미만이면 재계약을 거절하기로 했다.

△근로자K1은 73점을 받았으나 기간제법 시행으로 계약직이 유지되면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된다는 이유로 재계약이 거절됐고, 근로자K2는 68점을 받아 재계약이 거절됐다.

기간제법이 제정·시행되기 이전까지 K보험은 근로자 전원을 계약직으로 운영하면서 인사평가 결과를 이유로 일정 범위의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사실상 없었다. K보험은 기간제법 시행 2년에 즈음해 취업규칙을 졸속적으로 변경하면서까지 평가규정을 강화했고 실제로 이를 실행해 옮긴 것이다.

당시 노동위원회에서 취업규칙 변경의 적법성 여부, 지난 6년간 업무능력이 미진하다고 지적 한 번 당하지 않았던 근로자들이 난데없이 업무부진자가 된 경위에 대해 치열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노동위의 판정취지는 근로자기 회사측이 요구하는 업무능력기준에 부합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만이 부당해고로 인정됐다.

사례3. 2013년 10월 해고된 H증권 계약직 근로자

△H증권은 2009년 10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근로자H는 증권매매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로서 기간제법상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였다.

△H증권은 최근 실적부진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절했다.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2에 해당하는 근로자 중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소득수준은 연 5천200여만원 정도다. 근로자H가 지급받은 연봉을 보면 입사 첫해 5천만원, 둘째 해 7천만원, 셋째 해는 그보다 많았다. 근로자H는 매년 실적을 향상시켜 왔고 그 결과 기간제법이 고용을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근로자로 분류된 것이다. 그러다가 근로자H가 기대한 만큼의 실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H증권은 가차없이 재계약을 거절했다.

기간제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필자가 수행한 기간제 근로자의 재계약 거절 사건에서 재계약 거절사유의 대부분이 근로자의 업무능력 부진이었다.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2009년 이후 본격적으로 기간제 근로자 취업규칙을 만들거나 정비했다. 그러다 보니 내용적으로 절차적으로 많은 분쟁의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기간제 근로자들은 아무런 주장도 못한 채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업무능력 부진자가 돼 있었다.

근로자에게 업무능력이 있어야 한다면 응당 사용자에게는 관리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법은 얼마나 공평할까. 사례1~3 근로자 모두 업무능력상 특별한 결함이 없었다. 사례1 근로자는 업무를 못하지 않았으니 구제됐다. 사례2 근로자는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제되지 못했다. 사례3 근로자는 남들보다 잘하지 못했다며 기간제법 제4조제2항에 따른 구제대상도 아니었다.

기간제 근로자들은 모두가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이 돼야 하나 보다. 기간제법이 있으면 뭐 하고, 권리구제 기관이 있으면 뭐 하나. 모두가 슈퍼갑 미스김이 ‘정상적’이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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