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기자

인권운동사랑방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93년 2월 서준식·박래군씨 등 인권활동가들이 군부독재 시대로부터 이어진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인권침해를 막고자 설립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국내 최초의 인권전문팩스신문 '인권하루소식'을 창간하고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사회권과 주거권 등 새로운 인권개념을 정립하기도 했다. 감옥·장애인시설·노동투쟁현장·평택 대추리·재개발지역 등 수많은 곳에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감시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인권연구소 '창'·인권교육센터 '들'·인권영화제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운동사랑방 사무실에서 상임활동가 미류(35·사진)씨를 만났다. 인권운동사랑방은 28일 쌍용차 해고자 단식농성장이 위치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사람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권을 위해

“90년대 전반기는 탄원서를 써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인권운동 영역을 구축하는 시기였어요. 90년대 후반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개념이 제도권에 편입됐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진보적 인권운동’을 추구하며 인권이 체제에 포섭되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대는 또 변했다. 미류씨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공안체제를 구축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법치와 안전을 내세웠고 박근혜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앞세웠다. 노동현안은 뒤로 밀렸다. 신자유주의는 고착화하고, 비정규직이 늘면서 노동시장이 분절돼 버렸다.

"인권이란 사람들이 모여서 움직일 때 힘을 가져요. 내가 존엄하다는 선언은 개인의 결심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관계 속에 있을 때 가능한 거잖아요. 과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보면 한국 사회에 그럴 힘이 남아 있다고 봐요."

미류씨는 “인권운동사랑방이 해야 할 역할은 그런 불합리한 체제를 거스르려는 사람들이 결속할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권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산공단 노동인권 실현 위해 부딪칠 것”

인권운동사랑방은 우선 노동인권에 주목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도 안산공단 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관계를 조직하려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이 안산공단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들의 노동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부딪치면서 답을 찾아야죠.”

인권운동사랑방에는 6명의 상임활동가가 상근한다. 미류씨는 2004년 자원활동으로 시작해 올해로 8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노동현장을 넘나들며 주거권네트워크·한진중 희망버스 기획단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고려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상임활동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인권운동이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권’은 살아 있는 언어일 수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세상을 바꾸는 조직책>에서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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