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변호사)

“어떻게 이런 일이…”

요즘 <매일노동뉴스>를 보면서 연신 나오는 말이다. 시계를 80년~90년대로 돌려놓은 듯한 기분이랄까. 이미 정리된 문제인 줄 잘못 알고 있던 사례들을 접할 때면 짧은 지식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지난달 초 고용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노동부는 이달 16일에는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을 받은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적법도급 판정을 내렸다.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라는 권고마저 거부해 버렸다. 그리고 전교조 규약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라고 한다. 안타깝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마 노동부는 사용자와의 고용관계를 전제로 노조 가입이 가능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근거로 들 것이다. 교원노조법이 헌법과 국제규범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한 논의는 뒤로 미뤄도 좋다. 위 규정에 대한 노동부의 해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2004년 이른바 서울여성노조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직자와 일시적 실업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조합원은 개별적 근로종속관계가 반드시 전제조건이 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물론 이 같은 판단은 하급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노동부가 반려한 서울청년유니온 사건에서 행정법원은 헌법상 노동3권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적법노조라고 판결했다. 참고로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시적인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조법상 조합원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반하는 노조법을 개정하라는 권고까지 했다.

법률 해석의 최고기관은 법원이다. 법 해석에 다툼이 있다면 법원이 명확히 하고 정부는 그 해석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체계다. 같은 이유로 조합원 범위에 관한 논란도 2004년 대법원 판결로 정리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부는 자체 해석을 변경하고 판례에 따라 적법노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일 게다.

이번 기회에 아예 노조법을 법원 해석에 부합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추가하자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 시작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호)에 대한 비준이다. 해당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가 미국과 우리나라 정도라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정부는 늘 선진국을 소원한다. 하지만 우리의 노동기본권 수준은 후진국 중에서 후진국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ILO는 국제 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한국의 노조 관련 법령을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와 전문가위원회의 권고에 맞게 수정하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지난주 우리나라를 찾은 국제노총(ITUC) 관계자들도 전교조 규약개정 압력을 중단하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노동부의 행태를 보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노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찾을 수가 없다. 노조활동을 활성화하고 노동자의 흥을 북돋아도 모자랄 판에 정반대로 가고 있지 않는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들이댄 노동부의 자의적인 기준이라면 노동현장에는 현실적으로 적법노조가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무원과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위의 말이 기우이길 기도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노조에 대한 생각을 바로 해야 한다. 노동3권은 그 자체만으로도 헌법이 명문으로까지 정한 기본권이므로 그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아가 지금까지의 멀리하거나 관리 대상이 아니라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으로 인정해야 한다. 노조 조직률 제고가 종국적으로는 나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때다.

나라의 발전은 노동자가 행복해질 때만 가능하다. 노동3권을 보장받는 노동자가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은 노동현장의 경험이 잘 말해주지 않는가. 확신이 없다면 공부해 보길 권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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