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 근처 흥국생명 빌딩 앞에는 대형 조각상이 서 있습니다. ‘망치질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의 조각상입니다. 흥국생명 빌딩은 유선방송업체 티브로드 홀딩스의 본사이기도 한데요.

- 이 조각상은 조나단 보로프스키라는 유명 조각가의 작품입니다. 흥국생명 빌딩 앞에 있는 조각상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흥국생명과 티브로드의 모기업인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설치를 주도했다네요.

- 보로프스키는 조각상에 ‘노동의 숭고함, 노동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 그런데 태광그룹은 작가정신이 뭔지 잘 모르는 듯합니다.

- 24일 현재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다 못해 파업을 진행 중입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태광 대한화섬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은 노조탄압으로 유명한데요.

- 이날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티브로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촉구한 노동·사회단체는 “태광그룹은 ‘노동자는 24시간 쉬지 않고 망치질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조각상을 이해한 것은 아니냐”고 비꼬았습니다.

- 이호진 회장은 도대체 왜 조각상을 설치한 걸까요.

'글로벌 스탠더드'일까, '코리안 스탠더드'일까

- “나도 해고자였다. 부당해고로 2년8개월 만에 대법원 판결로 복직했다. 만약 조직의 지원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생각을 한다.”

- 24일 오전 트위터에 전교조 조합원(@ap*****)이 쓴 트윗인데요. 해당 조합원은 “전교조의 해직교사들은 부패사학,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비판하다 해고됐다”며 “이들과 함께 걷는 일이야말로 노조의 큰 임무”라고 노동부의 규약개정 요구를 비판했습니다.

-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는데요. 해직자는 조합원에 해당하지 않으니 노조에서 내치라는 얘기입니다.

-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프랑스는 한 번이라도 관련직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사람은 노조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퇴직자나 학생은 물론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데요.

- 교육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홍보할 때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항상 붙는데 노조 조합원만큼은 코리안 스탠더드를 유지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 조합원 자격과 관련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노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인데요.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수차례 주문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상급단체 변경 하루 만에 직장폐쇄

- 세아제강이 24일 경남 창원 특수관공장에 대해 직장폐쇄를 했는데요.

- 노조 파업 28일 만에 협상 대신 직장폐쇄 카드를 내민 겁니다.

- 하루 전 세아제강노조가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직장폐쇄의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 사측은 직장폐쇄 이유로 '파업 장기화 우려'를 꼽았다고 하네요. 파업을 장기화하는 당사자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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