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현행 고용보험법은 노동자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실업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 실업급여를 지급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동안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으로 구성돼 있고, 취업촉진수당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수당은 조기재취업수당이다. 조기재취업수당은 구직급여를 받다가 남은 일수가 30일 이상인 상태에서 재취직하거나 자영업을 6개월 이상 유지한 경우 남아 있는 구직급여의 2분의 1(재취직 당시 만 55세 이상자나 장애인은 3분의 2)을 일시에 수당으로 지급해 조기재취업을 유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동부의 원론적 조기재취업수당 지급 제한

얼마 전 사업장에서 해고된 조합원 A씨는 구직급여를 받던 중 한 대학교에서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용역업체에 취업했다. 취업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 대학교와 용역회사의 용역계약이 종료되고 다른 업체가 들어와서 해당 용역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새 업체로 전원 채용돼 기존과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 사실상 고용승계와 다름없으나 노동관계법상 신규채용에 해당하기에 새로운 용역업체에 기존 근로자들을 전원 고용해야 하는 법률상 의무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고용노동청은 A씨가 새로 취업한 업체에 6개월 이상 고용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기재취업수당 지급을 거부했다.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84조에서 재취직한 사업주에게 6개월 이상 고용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A씨는 재취직한 사업주에게 5개월간 고용돼 있다가 또 다른 용역업체에 새로 채용됐기에 조기재취업수당 지급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용역업체 바뀌어도 고용승계로 보고 지급해야”

A씨는 노동부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조기재취업수당 부지급 처분에 대해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원청과 하도급업체의 용역도급계약과는 별개로 사실상 하도급업체 간의 영업양도에 의해 고용이 승계됐다는 이유에서다. 설사 고용승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기재취업수당을 규정한 법 취지를 감안할 때 A씨와 같은 근로자에게는 조기재취업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A씨의 심사청구에 대해 고용보험 심사관은 “조기재취업수당의 취지로 볼 때 용역업체의 변경이 있을 경우 사업주의 고용승계 의무의 여부를 떠나 본질적인 근로조건의 변동 없이 계속 근무하게 됐다면 고용승계로 보아 조기재취업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함께 조기재취업수당 불인정 처분을 취소했다. 지극히 타당한 결정이다.

행정부 현실과 괴리된 법률해석은 곤란

법률의 해석방법을 정함에 있어 흔들리지 않는 원칙은 있어야 하겠으나 지나치게 문구의 형식성에 사로잡혀 법률의 취지와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노동부를 비롯한 행정관청이 법률의 취지를 도외시한 채 지나치게 경직된 법률해석-좀 더 정확한 느낌을 표현하자면 ‘정치적인 해석’-으로 현실과 괴리된 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노조의 자주성은 아무런 침해를 받지 않았는데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에게 금품을 지원하는 행위의 경우 그 실질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무조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며 제재하려 하고, 조기재취업에 성공해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와 같은 노동자들에게 조기재취업수당을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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