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치용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강원지사

“시간당 5천원에 야간·주말 근무시 6천원.”
“시간당 6천250원에 연차휴가수당 등 각종 수당 포함.”
“주말·공휴일 근무시 30% 가산 지급.”

노동관계법령에 무지한 사업주가 운영하는 사업장의 근로조건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사업이나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사업 등 정부 정책에 따라 위탁운영한는 사업의 근로조건이다. 최근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학교 청소노동자·경비노동자의 급여 또한 수년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로 월 10만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처우개선비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인지, 4대 보험료 기준이 되는 보수에 해당하는지, 퇴직금 산정에 반영해야 하는지 위탁기관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복지부는 답도 주지 못하고 몇 달 동안 우왕좌왕했다.

대법원도 "요양보호사는 근로자"라고 했는데…

그러면서 복지부는 위탁기관들에게 4대 보험에 가입하고, 퇴직금도 주고, 근로기준법도 준수하라고 한다. 장기요양사업 등에서 근로조건은 기관평가의 기준 중 하나다. 평가 결과가 좋지 못하면 사업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나랏일 하시는 분들께 애당초 최저임금·근로기준법 등은 나중 문제고 본인들의 문제는 아니었다.

요양보호사의 근로자성과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기관을 통해서만 요양대상자를 맡을 수 있고, 회사가 요양대상자와 요양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 내용에 따라 요양보호사의 근무시간·장소 등이 정해지며, 근무시간 변경이나 휴가를 내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회사에 사전 보고해 조정해야 하고, 근무상황일지를 작성해 매달 회사에 보고하도록 돼 있고, 요양보호시의 주의사항 등 회사가 교육하도록 돼 있고, 시간당 일정액에 정해진 근무시간을 곱한 금액을 보수로 지급받는 등의 이유로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2011도9077)고 판단했다.

하지만 요양대상자와 위탁기관의 요양계약 체결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연결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근무시간은 복지부나 지자체에서 요양대상자에게 할애한 시간에 따라 정해진다. 위탁기관의 사정이나 요양보호사의 사정은 고려되기 어렵다. 근무상황일지 작성 및 제출과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의 각종 교육이라는 것도 관계기관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보수 또한 지침에 따라 정해진 기준에 의해 결정될 뿐이다.

다시 말해 고용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임금도 복지부가 결정해 지급하고 있고,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하게 한 각 징표들 또한 지침을 통해 위탁기관들에게 강제로 부여한 업무에 불과하다. 위탁기관들은 중간관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가짜 사용자' 앞세우기 급급한 정부

정부 기관들은 가짜 사용자를 앞세워 자신들은 사용자가 아닌 척하고 있다. 지침에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령을 제대로 검토한 흔적도 없다.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업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국가도 안 지키는 법을 국민 보고 지키라고 하고, 국가가 나서 간접고용을 장려하고 위장도급으로 걸리지 않는 방법을 보여 주고 있으니 노동법이 바로 설 리도 없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리도 없다.

이 와중에 국회의원들께서는 기본도 서지 않은 상태에서 선심성 법안들만 만들고 있다. 선물상자만 예쁘게 포장하는 꼴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것을 ‘사기’ 또는 ‘뻥’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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