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코란도C의 누적계약이 이달 6일 기준으로 5천대를 돌파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출시 한 달 만에 계약 5천대를 돌파한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런데 뉴코란도C 판매호조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내수용 뉴코란도C는 한 달에 1천800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차를 주문한 고객은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쌍용차는 이달 러시아에 2천200대의 뉴코란도C를 공급해야 하는데, 실제 공급 가능한 물량은 1천300대에 불과하다.

엔진을 생산하는 창원공장 일부라인은 이달 3일부터 야간에 4시간씩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평택공장 조립라인이 이미 공급한 엔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사측의 조급함은 지난 10일 나온 회사 소식지에 잘 드러난다. 회사는 “밖에서는 팔 수 있는 차량이 없어 아우성인데, 반대로 창원공장은 계획정지(가동 중단)를 단행하고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주장했다.

최근 자동차 조립을 하는 평택공장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뉴코란도C를 생산하는 평택공장 조립1팀의 경우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는 일이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주문은 밀려들지만 인력은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말특근을 하게 되면 다음주 월요일 잔업을 ‘째는’(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회사는 소식지에서 정리해고자들과 희망퇴직자들을 거론하면서 잔업과 특근을 독려(?)했다.

“이런 기회는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며, 우리 스스로 굴러 들어온 복을 차 버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 올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회사를 떠난 우리의 동료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동료들을 복직시키기 위해 남은 이들이 피로감을 견디고 일을 하는 것. 일면 타당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 인력이 부족하면 충원을 해서 생산량을 늘려 주문량을 맞추는 방식 말이다. 159명의 정리해고자와 130명의 희망퇴직자가 있지 않나.

이미 쌍용차는 올해 5월 평택공장 조립3팀에서 주야 2교대제를 부활시키면서 3월에 복직한 무급휴직자들 330명을 투입하기도 했다. 물론 회사 주장대로 내년에 신형 SUV가 출시되기 전에는 정리해고자 복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고 쌍용차 부활을 꿈꿀 수 있는 지금, 회사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리해고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감안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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