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간 공석이었던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에 박길상 전 노동부 차관이 내정됐다. 사실 지난 정부 노동위원회는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기존의 학자 출신 임명 위원장 관행을 깨고 노동부 관료 출신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노동부 산하기관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높았다. 장관급 중노위가 독립성 훼손 지적을 받는 등 그만큼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 사건처럼 중노위 판정이 사용자로부터 수용되지 못한 뒤 돌고 돌아 11심(대법원 판결 3번)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최씨가 노동위를 없애고 노동법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기한 이유다. 차별시정 사건 등에서도 애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복잡다단해지는 노동사건에 대한 노동위 역할은 기대 이하다. 그렇다고 노동위가 신뢰와 권위를 확보하고 전문성을 쌓기 위한 자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은 적도 없다. 새 정부의 노동위원회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 개혁방안을 들어 봤다.

환골탈태 수준의 법·제도 개선 필요 

이호동
민주노총
노동위원회
사업단장

박근혜 정부에서 새 중노위원장이 내정된 것을 계기로 노동위원회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노동자 권리구제 기구로서 제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지난 정권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위에 많이 절망했다. 물론 정부 입장은 다르겠지만 민주노총이 분석한 것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인정률이 크게 저하됐다.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정책은 물론 노동위 구성과 운영의 문제점 등이 빚어낸 결과였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동위 개혁을 위한 여러 가지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위가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특성상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동위법에 따라 존재하는 기구가 유명무실화하지 않고,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 수단과 기구로서 제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위가 수행하는 각종 절차가 형식적 절차만을 거치는 통과의례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위법은 물론 규칙까지 대폭적인 제·개정이 필요하다.

다시 중립의 위치로 돌아오라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

97년 고 배무기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2010년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까지 14년간 민간위원 출신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외형상으로라도 중노위가 중립적인 심판·조정기관으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원칙이 무너졌다. 중노위원장에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이 임명되면서 사실상 노동부의 정책을 관철하는 조직으로 변질된 것이다.

아쉽게도 현 정부 첫 중노위원장도 노동부 관료 출신이 임명됐다. 현재 노동위는 부당노동행위나 부당해고 같은 심판사건뿐만 아니라 복수노조 교섭창구 분쟁 조정이나 비정규직 차별시정 등으로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위가 누가 봐도 명실상부한 중립적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특히 전문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노동위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심판기능이 강화돼야 함에도 노동법학 학자들이 공익위원에서 퇴출되고 대신 경영학이나 경제학 교수들이 대거 들어 왔던 것과 관련이 적지 않다. 노동법 전문가들이 사라지면서 전문성이 취약해진 것이다. 중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노동분쟁 조정·심판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노동부의 입김 벗어나 독립성·공정성 강화해야 

한정애
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길상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는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재직시 인연이 있고 공정한 성품에 청렴한 것으로 알고 있어 중노위를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그럼에도 지난 MB정부 노동위원회에 대한 평가를 교훈삼아 일을 잘하도록 노동위원회 개혁방안에 대한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지난 MB정부 시절 노동위는 고용노동부의 입김에 휘둘려 편향적으로 운영돼 노동자의 구제신청이 불공정하게 기각되는 등 원성을 사기도 했다. 노동위 노동분쟁처리업무가 독립성과 공정성에 기초하지 않으면 노사 또는 사건 당사자로부터 불신을 받을 우려가 크다.

따라서 노동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다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노동위를 노동부로부터 독립시키고 그 위상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이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공익위원 구성시 노동전문가로서의 식견과 경력을 가졌음에도 노사 일방의 반대로 배제되고 결국은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물들이 공익위원으로 다수 채워지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공익위원 선출을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투표선출 방식으로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위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 부임하는 박길상 내정자는 이러한 개혁과제를 명심하고 노동위가 노사 모두에게 신뢰받는 기구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길 바란다.

공정·중립이 노동위 개혁의 첫 걸음 

김선수
변호사
(법무법인 시민)

지금까지의 노동위원회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노동위원회는 마치 스스로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여 왔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위원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인정받을 때만이 그 존립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어땠는가. 그간 노동위원회가 걸어온 길을 보면 스스로 그 존립 근거를 위반되는 행동을 해 온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부당하게 해고당한 사람이 노동위원회를 찾기 보다는 법원으로 가는 경우가 더 많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노동부 차관 출신을 중앙노동위원장에 내정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노동부 관료 출신을 중노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되풀이 한 것이다.

그만큼 노동위원회는 현재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그 존립 기반이 흔들린 만한 위험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노동위가 공정한 입장에서 중립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개혁의 첫 걸음이다.

사적조정 활성화로 공적조정 한계 보완해야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박길상 신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평소 ‘사적 조정’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적조정을 통해 중노위의 공적조정 기능을 보완하자는 얘기다.

사적조정은 쉽게 말해 노동자나 사용자가 각자 원하는 위원을 선임해 일종의 예비조정을 벌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장점으로는 노사 스스로 선임한 위원들이 참여함으로써 상호 신뢰가 높아지고 조정성립률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중노위의 공적조정이 결렬되더라도 사적조정에 참여한 위원들과 사후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박 위원장이 평소 이러한 지론을 갖고 있었던 만큼 조정기능이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교차배제 방식의 위원 선출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 노사 양쪽에서 위원들을 하나씩 배제하고 남은 사람으로 위원을 구성하는 지금의 방식은, 결국 ‘할 만한 사람은 다 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중노위나 지방노동위원회는 예산과 인력의 정부 종속성이 너무 강하다. 중노위나 지노위 위원장 대다수가 노동부 관료 출신인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고, 노동위 조사관들도 대부분 노동부 출신이다. 예산 역시 노동부에 편입돼 있다. 이래서는 노동문제에 대한 준사법기구로서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위 내 독자적 기구를 통해 노사정 다방면에서 위원과 조사관들을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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