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3다6834 임금(퇴직금)

1. 사건의 경과

원고는 2003년 5월15일 피고 회사로부터 택시를 제공 받아 근무일수와 근무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고 택시를 운행했다. 대신 그 운행일의 수입금 중 5만원 또는 5만7천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이른바 ‘도급제 택시기사’로 근무하기로 약정하고 근무하다가 2011년 2월18일 퇴직했다. 원고는 피고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자 퇴직 후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이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대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상 상고이유가 없다면서 상고기각으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심판결 내용을 보면 2003년 5월 입사일부터 2006년 12월31일까지에 대해서는 2003년 6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단 19일만 근무했던 사실, 그 이후에도 월 10일 미만으로 근무한 달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출퇴근 시간의 제약 없이 근무일수나 근무시간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결정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이 기간 동안 기초생활수급자로서 혜택을 받기도 한 점 등을 근거로 종속성을 부정하고 위 기간에 대한 퇴직금 청구는 기각했다.

그러나 2007년 1월 이후부터는 매월 20일 내지 26일 정기적으로 출근해 근무하는 등 고정적·계속적 근로를 제공한 점, 2010년 부가세 환급금을 지급하기도 한 점, 서약서에 배차 관련 준수사항·지정 충전소 충전의무·교육 참여 의무 등을 부과하는 등 일정한 통제를 받은 부분도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관계로 인정하고 위 기간에 대하여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관련 판결례 : 서울고법 2006.06.15. 선고 2005누23918 판결(상고하지 않아 확정)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당시 도급제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고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이 사건 회사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시·통제를 받지 않은 채 근무시간과 휴무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이 사건 회사로부터 보수도 지급받지 않았으며 도급제 근무는 원고 본인의 사정과 의사에 기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원고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퇴직처리돼 도급제 근무 당시에는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급제 근무방식과 원고에 대한 퇴직처리 절차 등은 이 사건 회사가 택시기사 부족에 따른 경영사정의 악화를 방지하고자 소속 택시기사에 대한 급여 부담을 줄이고 위 각 보험료·연료비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편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① 원고의 도급제 근무는 근본적으로 이 사건 회사가 제공하는 택시를 운행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 사건 회사에 대해 1일 9만원씩 매월 234만원의 사납금을 납부해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에게 사납금 상당의 근무를 제공하는 것이 강제돼 있고, 실제로도 원고는 정해진 출근일이 없었지만 사납금 납부의무로 인해 오전 8시~9시 회사에 출근하는 형태로 한 달에 26일 정도를 고정적·계속적으로 근무해 온 점 ② 원고는 도급제로 근무함에 있어 이 사건 회사로부터 그 업무수행과 관련해 구체적·개별적으로 지시·통제를 받지 않았으나, 그 전에 월급제(1인 1차제)로 근무할 당시에도 사납금만 납부하면 특별히 그 업무수행에 있어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지시·통제를 받지는 않았던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직접적으로 보수를 지급받지 않았으나,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은 이를 자신의 수입으로 할 수 있으므로, 위 운송수입금 잔액은 사실상 원고의 근무에 대한 보수의 성격을 갖는 것인 점 ④ 원고가 월급제로 근무할 당시와 도급제로 근무할 당시를 비교하면 보수를 받지 않는 대신 회사에 납부해야 할 사납금의 액수가 1일 12만9천원에서 9만원으로 감소된 것 외에는 근무형태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 ⑤ 원고는 월급제로 근무할 당시나 도급제로 근무할 당시 모두 제3자를 고용해 택시를 대신 운행하게 할 수는 없었던 까닭에 업무의 대체성도 인정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는 도급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이후에도 여전히 이 사건 회사에 대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판결의 의미

택시 노동자의 근무형태(주로는 임금지급 방식의 차이)는 사납금제와 도급제가 있다. 사납금제는 일정한 사납금을 납부하고 나머지 금원은 개인수입 명목의 임금이 되며, 매월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월급명목의 고정급이 지급된다. 근로자로 등재되고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다. 사납금제 역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불법이다. 행정단속을 회피하기 위해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서에만 전액납입의무를 형식적으로 규정하고 실제로는 90% 이상이 사납금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재 택시업계 실정이다. 도급제 역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고 상당한 규모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납금제와 차이라면 고정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 서류상 근로자로 등재돼 있지 않다는 점,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점, 가스비 등 비용이 100%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1일 사납금 금액(도급금액)이 일반 사납금 노동자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

도급택시의 경우에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돼 있는 점, 고정적 급여가 없는 점, 근무일·근무시간의 자율성이 있는 점, 가스비 등 비용을 노동자가 부담하는 점에 일반 택시 노동자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해진 1일 사납금을 성실하게 납입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되고 일반 택시의 경우에도 외근 근로의 특성상 운행업무 수행시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또 고정 월급이 지급되지 않고,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지만 이것은 사용자의 비용부담 회피목적에 기인한 바가 크고, 고정임금은 없으나, 사납금을 제외한 개인수입을 ‘성과급 형태’의 임금으로 볼 수 있으며, 일반 택시 근로자의 경우에도 임금의 상당부분이 개인수입이라는 성과급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1일 사납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해당 사납금을 납입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 근로가 강제돼 있다. 일반 택시 근로자의 경우에도 12시간 또는 24시간 배차를 하지만 그 시간 중 실제 언제 근로를 할 것인지는 근로자에게 맡겨져 있다. 다만 정해진 사납금 납입을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 근로가 강제되는 방식에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도급택시는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금지돼 있고 탈세(운송수입금이 신고되지 않고 사회보험도 가입하지 않는다)와 택시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의 내용은 도급 택시의 경우에도 사납금 납입을 위해 고정적·계속적으로 근무를 한 경우라면, 고정급여가 없다든지,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사정 등은 근로자성을 인정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시로 볼 수 있다.

도급택시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제재와 세무조사도 필요하지만, 이 사건 판결과 같이 적극적으로 ‘근로관계’로 해석하게 되면 사용자의 노동법 적용 회피도 어려워지므로 도급택시 근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안의 경우에 판결로 해결하라며 문제 해결을 회피해 온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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