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 오전 충북 진천군의 한 학교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 노동자 김명례(여·가명)씨의 휴대폰으로 낯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자신을 진천경찰서 정보과 소속 A정보관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대뜸 김씨에게 “노조에 가입했느냐”, “얼마나 가입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씨는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충북지부(지부장 김미경) 소속 조합원이었는데, 당황한 나머지 “나는 노조와 관계없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채려목 지부 조직부장에게 연락을 취해 불쾌감과 두려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채 부장은 곧바로 A정보관에게 연락해 김씨에게 연락하게 된 경위를 따져 물었다.

채 부장이 몇 차례 다그치자 A정보관은 귀를 의심할 만한 얘기를 들려줬다. 충북교육청 산하 진천교육지원청 직원으로부터 김씨 연락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지부는 10일 오후 충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오간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진천경찰서 A정보관은 채 부장이 “아까 핸드폰 번호 교육청이 알려 주셨다고 그랬잖아요?”고 묻자 “예”라고 답했다. 채 부장은 A정보관이 교육청 얘기를 꺼내자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진천교육지원청에 연락해 사건경위를 설명하고 해명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1월 파업을 전후해서도 충주·음성·제천·보은·옥천 등 충북 도내 각지에서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조합원 현황과 파업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경찰의 정보수집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 조합원을 상대로 정보수집 시도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부는 이번 사건이 개인정보의 목적 외 수집과 오남용을 금지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불법사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노조간부가 아닌 일반 조합원에게 이런 전화가 간다는 것 자체가 노조 가입과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중대한 노조탄압에 해당한다”며 “산하기관이 개입한 정황이 발견된 만큼 충북교육청은 진상조사에 나서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누출한 적은 없고 산하 교육지원청이 다른 기관과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파악된다”며 “현재로서는 관련 조사나 지침을 내릴 근거가 없서 노조의 요구를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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