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문화재단(사장 김선득)에서 일하는 안아무개씨는 10일 오전 호출을 받고 사장실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사장실 책상에는 자신이 한 달 전쯤 조합원들만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 게시판에 올린 글이 복사·출력돼 있었다. 홍대 미대 출신인 김 사장이 친분이 있는 교수들에게 문화상품 개발작업을 맡겨 재단에 손해를 끼쳤는데도 또다시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글이었다.

글 속에 등장하는 A교수까지 배석시킨 김 사장은 안씨의 글을 한 문장씩 짚어 가면서 "내가 언제 이렇게 말했나", "사실관계를 해명하라"고 추궁했다. 김 사장은 "유능한 줄 알고 (계약직에서) 정직원을 시켜 줬더니 이런 식으로 소문을 내고 다닌다"며 안씨를 비난했고, A교수는 "(사장에게) ○○씨 칭찬을 많이 했는데 충격"이라고 거들었다.

40여분간 비난을 들은 안씨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끼리만 보는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입수해 한 문장 한 문장 따져서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사장실로 불려 간 이는 안씨만이 아니다. 같은 곳에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조합원 2명도 사장실에서 추궁을 당하고 사실확인서 제출을 강요당했다고 공공연맹 국립박물관문화재단노조(위원장 안상민)는 밝혔다.

안상민 위원장은 "조합원들만 볼 수 있는 곳에 올린 글을 가지고 사장실에 불러 조사를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하는 것으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김 사장을 고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날 있었던 일련의 상황은 최근 노조가 김 사장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비판하며 사장 퇴진을 요구한 것에 대한 괘씸죄 때문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달 노조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게시판에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청원성 글을 올리자 똑같이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에 "집단부패한 노조가 자신을 비방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정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명구 재단 전략기획실장은 "누군가의 제보로 들어온 자료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노조가 고발을 하겠다면 이쪽에서도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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