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하철을 아십니까. 노조 설립 4달 만에 전면파업에 돌입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시우)가 파업 4일째를 맞은 지난 7일 1박2일 희망지하철에 올랐다.

한진중공업·현대중공업 희망버스에 이어 서울에 본사를 둔 티브로드 불법파견 문제를 시민에게 직접 알리고 파업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티브로드지부와 노동·사회단체가 함께 희망지하철을 띄운 것이다. 이날 희망지하철에는 전체 조합원의 절반이 넘는 250여명이 올랐다.

노조활동 경험이 전무한 조합원들이 보여준 단결력의 비결은 뭘까. 한 조합원은 “악질 사장 밑에 있으면서 배운 것은 악밖에 없다”며 “참을 만큼 참았으니 (투쟁승리를 위해)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수년 동안 꾸준히 하락한 임금과 영업실적 압박으로 사측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매일노동뉴스>가 희망지하철 1박2일을 함께했다.

티브로드지부 ‘희망지하철’ 타고 연대

7일 오후 1시. ‘생활임금 쟁취’라고 쓰인 붉은 조끼를 입은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이 서울·경기·인천에서 각각 지하철에 탑승했다.

“승객 여러분, 케이블 설치기사 노동자의 이야기를 잠시만 들어주십시오. 저희는 한 달 임금 15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8년째 임금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은 지하철 승객들에게 케이블 설치기사 근로환경을 설명하고 유인물을 돌렸다. 몇몇 승객들은 “힘내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좁은 지하철에서 씨끄럽게 하지 말라”는 불평이 돌아오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4호선 열차 안이 승객들로 가득 찰 때도 ‘간접고용 싫어요! 직접고용 좋아요!’라고 쓰인 피켓을 꼿꼿한 자세로 들고 있었다. 지부에서 가장 젊은 정진오(22) 조합원은 “파업도 경험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며 “꼭 이겨서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하철 선전전을 끝낸 티브로드지부는 이날 오후 4시 민주노총 주최로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영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집회에 참석했다.

이시우 지부장은 “KTX 분할 민영화에 반대하고 사회공공성 강화에 함께 투쟁하겠다”며 “우리나라 노사문화가 발전할 때까지 끝까지 연대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지부는 이어 저녁에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최성근 한빛동부분회장은 “티브로드지부도 철도 민영화·국정원 집회에 연대해야 시민·노동자들이 우리 문제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함께 싸우지 않겠냐”고 말했다.

조합원 김영민(36)씨는 “국정원이 하는 일이 노조 감시·사찰 아니냐”고 지적하며 “국정원을 개혁해야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국정원 집회 참가의 의미를 밝혔다.

희망지하철 타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외침

티브로드지부는 밤 9시께 국정원 집회장에서 빠져 나와 티브로드 본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으로 모여서 ‘희망지하철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노동·사회단체는 물론 시민들도 함께 자리했다.

이날 조합원들은 “진짜 사장 나와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티브로드지부는 “태광그룹 계열 종합유선방송사업 업체인 ㈜티브로드홀딩스가 위장도급 형태로 협력업체를 운영해 왔다”며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 하라”고 촉구했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은 “삼성전자서비스·티브로드 등 불법파견 의혹을 받는 사업장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티브로드는 불법파견이 맞다”고 말했다.

학원 수학강사인 허영미(40)씨는 “부모가 비정규직인 경우 아이들도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일을 하면 사용자도 처우도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노동·시민단체의 연대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현대차·이마트·삼성전자서비스 등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있어 티브로드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우 지부장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해 희망지하철이 출발했다”며 “1달이 됐든 1년이 됐든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서 끝까지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티브로드 본사 앞서 타오른 촛불

한편으로 이날 밤 ‘희망지하철 촛불문화제’는 축제를 방불케 했다. 김경민(36) 조합원은 “파업이 아닌 축제다”며 “AS 기사들끼리 단합하는 모습을 보면서 8년 만에 동료들 사이의 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연을 한 노동가수 ‘4층 총각’은 “공연하는 사람으로서 조합원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고 말했다.

오후 1시부터 계속된 빽빽한 일정에도 조합원들의 표정에서 피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투쟁”을 외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오후 10시께 경찰이 “조용히 하라”고 경고방송을 할 정도였다.

김영민 조합원은 “전에는 사장을 위해서 일했다”며 “지금은 회사가 아닌 동료와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일하는 것이 힘드냐? 파업이 힘드냐?”고 묻자, 한 조합원은 “10시 넘게 일하고 월급을 쥐꼬리만큼 받았다”며 “파업이 쉽다”고 말해서 박수를 받았다.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다음날인 8일 새벽으로 이어진 뒤풀이에서 조합원들은 ‘희망밥포차’가 준비한 야식을 먹고 흥국생명 앞을 끝까지 지키며 노숙투쟁을 했다. 온도가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지고 바람도 불었지만 조합원들은 파카와 침낭으로 잠을 청했다.

기자가 “춥지 않았냐”고 묻자 최성근 분회장은 “춥지 않았다”며 “사측과 임단협 체결을 해서 2차·3차 희망지하철은 안 와야 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지부는 8일 오전 8시20분께 흥국생명 앞을 깨끗이 치운 후 태광그룹 사옥이 있는 장충동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청계광장·청계5가·퇴계5가 사거리를 거쳐 태광그룹 사옥에 도착한 지부는 “1박2일 동안 열심히 달렸다”며 “승리할 때까지 싸우자”고 파업승리를 다짐한 뒤 1박2일간의 희망지하철 투쟁을 마무리했다.
 

새내기 티브로드지부의 열정적인 희망지하철 투쟁

조합원 모두 노동운동 이력이 전무한 노조가 있다. 희망연대노조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시우)다. 지난 7~8일 1박2일간의 ‘희망지하철’ 행사는 노조가 출범한 이래 가장 큰 집회였다. 서울·경기·인천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온 조합원들은 선전전·발언·행진을 하는 동안 새내기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 줬다. 조합원들이 부를 수 있는 노동가요는 ‘파업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전부였다. 조합원들은 집회 때 발언도 짧고 굵게 하고 끝냈다. 하지만 마음과 열정만큼은 여느 강성노조 못지않았다.

7일 희망지하철에 참가한 한 조합원은 “붉은색 머리띠를 묶고 거울을 보면서 어색했다”며 “대학생들 데모하는 건 봤지만, 내가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유정훈(36) 조합원은 “어차피 이기려고 시작한 파업인 만큼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노조 활동과 파업 모두 처음인 만큼 조합원들은 시종일관 열정적으로 희망지하철 행사에 참여했다. 크게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던 이강환(37) 조합원은 “행진을 하는 동안 합법적으로 거리에 있는 시민들한테 우리 문제를 알렸다”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희망지하철 문화제에서 춤을 선보인 춤패 ‘몸짓선언’ 활동가는 “파업 4일 만에 조합원드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칭찬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티브로드지부는 신생 노조지만 단결력이 좋은 노조”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승리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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