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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순위 두고 호들갑 그만 떨라
국가경쟁력 순위를 두고 언론과 정부의 입씨름이 끝날 줄 모른다. 지난 4일 세계경제포럼(WEP)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지난해보다 6단계 떨어진 25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언론들은 ‘경쟁력 쇼크’, ‘한국 경제 추락·후퇴·최악’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쏟아냈다. 국가경쟁력을 추락시킨 주범으로 노동·금융 분야를 꼽았다. 기획재정부는 조사의 신빙성을 제기하며 해명하기에 급급했고, 급기야 대책까지 내놓았다. 기재부는 같은날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발족을 주도하고, 노동·금융 등 7대 분야를 중점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언론과 정부가 야단스럽게 부산을 떠는 것은 매년 봐온 일이다. 세계경제포럼이 해마다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한술 더 뜬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 국가경쟁력이 곤두박질쳤다”며 “정기국회에서 우리 경제에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가지고 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로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에게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쯤 되면 비약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국가경쟁력 순위가 언제부터 야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전락됐는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우리나라에서만 정쟁의 소재로 변질된다. 다른 나라의 언론과 정당들은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참고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체 114개 항목을 조사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기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항목은 회원국가 기업 경영자들의 설문조사로 이뤄진다. 각국의 객관적인 경제지표도 활용되지만 이처럼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된다. 각국 기업 경영자들은 자신의 나라 외에는 다른 나라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는다. 기업 경영자들의 성향에 따라 해당 국가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경제포럼도 이 점을 수긍해 기업 경영자들의 설문조사로 이뤄진 통계항목에 대해 가중치를 낮게 부여하고 신중하게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이런 사실을 알기에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 차분하게 대응한다. 우리나라 언론과 정당들은 이를 알면서도 부풀리기와 정쟁 수단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순위가 낮은 세부항목을 구체적으로 보자.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서 노사협력(132위), 해고비용(120위), 고용 및 해고관행(108위) 등 3개 항목이 100위권 밖이다. 전년도에 비해 순위는 더 떨어졌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갈등적이며, 해고도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비정규직 규모는 818만명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의 46.1%에 달하는 규모지만 이 마저도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분류한 결과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비율은 50%에 불과하며, 저임금계층 비율은 25.1%에 달한다. 근속연수 1년 미만 단기근속자는 전체 노동자의 31.8%, 근속연수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는 19.7%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나라로 꼽힌다. 이런 통계만 봐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직된 것이 아니라 매우 유연한 편이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노조 조직률은 같은 달 기준 12.1%로 늘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조직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일부 대기업이나 비정규직 노사갈등을 거론할 수 있으나 전체 노사분규건수와 노동손실일수는 꾸준히 줄어 왔다. 이를 봐도 세계경제포럼 지표에는 기업 경영자들의 편향된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세계경제포럼이 틀렸고, 정부는 잘했다고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국제경쟁력 순위를 보면 스위스(1위)·핀란드(3위)·독일(4위)·스웨덴(6위)·네덜란드(8위) 등 북구와 중부 유럽 국가들이 10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들 나라의 순위는 크게 바뀐 적이 없으며 매번 상위권이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조직률이 높다. 단체교섭의 집중도와 조정력이 높고,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다. 산별교섭과 사회적 대화가 잘 정착된 편이다. 이를 볼 때 상반된 배경을 가진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셈이다.

이처럼 세계경제포럼 지표는 허와 실이 엇갈린다. 세계경제포럼 지표는 정부나 기업 경영자로부터 받은 정보에 근거하기에 신뢰성이 약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외면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찬찬히 뜯어보고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된다. 호들갑은 그만 떨어야 한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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