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회 기자

“아침 9시에 출근해서 퇴근하면 밤 10시예요.”

고용노동부에 근무하는 한 근로감독관의 하소연이다. 몰려드는 민원업무 처리하랴, 관할 사업장 점검하랴. 야근은 기본이고 매일 파김치가 돼 집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5일 임금체불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10만건이 넘는 체불사건이 노동부에 접수됐다. 임금체불 단속은 근로감독관의 핵심 업무다. 노동자가 제때 임금을 못 받는다는 것은 생계 위협을 뜻한다.

올해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은 정원 기준 1천240명, 현원 기준 1천60명이다. 여기서 과장과 팀장을 빼면 990여명에 불과하다. 거칠게 계산하면 현장에 투입된 감독관 1명당 101건의 체불사건을 붙들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는 10여개 항목에 달하는 감독관의 직무가 나열돼 있다. 사업장 근로감독·신고사건 접수 및 처리에다 각종 인허가 및 승인, 각종신고의 접수심사 및 승인·과태료 부과 등 세부업무가 줄줄이 이어진다. 지난해 8월부터는 사업장 내 비정규직 차별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업무가 추가됐다.

주요 노동사건에 대한 수시근로감독이나 특별근로감독은 감독관의 업무 하중을 더욱 높인다. 올해만 해도 불법파견·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된 삼성전자서비스와 현대제철·티브로드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이 이어졌다. 감독관 몇몇이 감독업무에 차출되면, 나머지 감독관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내실 있는 근로감독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노동부 안산지청의 한 감독관이 출근길에 뇌출혈로 쓰러졌다. 대전지역의 한 감독관이 돌연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공무상재해 여부를 떠나 과도한 업무 하중이 감독관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동부직장협의회는 노동부를 상대로 감독관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의 충원이 어렵다면 지난해 없어진 ‘체불제로서비스’처럼 민간 전문가라도 데려와 감독관의 업무를 덜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노동사건을 전담하는 광역특별수사대를 만들어, 일만 터지면 감독관을 차출해 가는 관행도 고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근본 처방은 감독관 증원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올해 하반기에 공무원 977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노동부 몫은 60명밖에 안 된다. 이 정도로는 임금체불 문제 하나 해결하기 어렵다. 큰 정부든 작은 정부든 간에 필요한 일에는 인력을 충원하는 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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