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식 변호사
(법무법인 공간)

대상판결 / 2010도14545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1. 본 사안의 개요

전국운수산업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전국항만예선지부(예선노조) 부산지회와 예선노조 울산지회는 지난 2009년 8월7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부산지회 소속 근로자들은 같은해 10월12일까지 부산노동청 앞 인도에서 총 15회에 걸쳐 정부의 교섭중재를 촉구하는 취지의 집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전국운수산업노조 부산본부 의장(예선투쟁본부장)인 피고인 1, 예선노조 부산지회장인 피고인 2, 전국운수산업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인 피고인 3과 예선노조 울산지회 지회장인 공소외 2 등은 같은달 14일 부산노동청에서 개최될 예정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즈음해 그 전날인 13일 부산노동청 1층 로비를 점거 농성함으로써 교섭재개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다만 집회 신고는 예선노조 부산지회가 관할경찰서장에게 이미 제출한 부산노동청 앞 인도에서의 옥외집회신고를 활용하기로 계획했다. 피고인 1, 피고인 2와 위 공소외 2는 13일 오전 11시께 부산노동청을 방문해 근로개선지도3과장 공소외 3 등과 면담하면서 부산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 사이에 이들의 지시에 따라 인근에 집결한 예선노조 부산지회와 울산지회 조합원 121명은 같은날 오전 11시20분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사이에 부산노동청 1층 로비에 무단으로 침입했다(①). 그때부터 같은날 오후 2시50분까지 그곳 바닥에 연좌해 부산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노동청장은 각성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부르는 등으로 집회를 지속했다(②). 한편 부산노동청은 4층 건물로 그중 1층에 민원실이 있고 1·2층에 근로개선지도1·2·3과가 위치하고 있는데, 연좌농성으로 인해 부산노동청의 민원부서 업무와 민원인들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했다. 부산노동청 직원들 중 일부는 청사계단 및 복도에서 청사경호 업무에 대비하는 등으로 원래의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부산노동청장은 같은날 오전 11시57분 피고인들과 조합원들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부산연제경찰서 서장 공소외 4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위 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공소외 5는 13일 낮 12시10분 자진해산명령을, 낮 12시20분 1차, 오후 1시55분 2차 해산명령을 했다. 위 공소외 4는 오후 2시35분 3차 해산명령을 했으나 피고인들과 조합원들은 불응했다(②).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검사는 위 피고인 1 내지 3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죄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죄 등으로 기소했다.

2. ①행위에 대한 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정문 경비실에서 경비를 하던 공소외 1이 제지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현실적인 제지는 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정상적인 출입이 아닌 것으로 보고 즉시 상황 보고를 하고, 부산노동청측이 피고인들과 조합원들을 나가게 하기 위해 연제경찰서에 시설보호 요청을 하고, 조합원들에게 퇴거요구를 했음에도 나가지 않고 있었던 사실 등을 들어, 공동건조물침입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을 수긍해 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에 대한 근로개선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근로개선지도과가 있는 부산노동청 1층 로비는 그 용무가 있는 일반인은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이고 비록 121명이 로비에 무단으로 들어간 것이지만, 한 사람이 들어간 행위가 허용되는 것이라면 집단적으로 그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도 허용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만 위와 같이 업무에 지장을 받은 부산노동청측에서 퇴거요구를 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는 행위는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에 그 시설을 손괴하는 등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한 대법원(2007.3.15 선고 2006도7079) 판결에 비춰보더라도 타당하다. 즉 로비에서 파업 과정에서 정부의 단체교섭 중재를 촉구하는 등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려고 하는 것은 미신고 옥내집회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 목적으로 위 청사에 침입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3. ②행위에 대한 집시법상 해산명령불응죄의 성립 여부

이 집회가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2호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해당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는 공소사실 부분에 대해 원심은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에 의한 해산명령을 하려면 ‘제16조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해당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대상 집회가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인들 및 조합원들이 부산노동청에 들어가 폭행·협박·손괴·방화 행위를 한 바 없고 이 사건 건조물 침입행위를 폭행·협박·손괴·방화 행위에 준하는 질서문란행위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에서 옥내집회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제16조 제4항 제2호)에 해당하는 등 그 집회의 목적·참가인원·집회방식·행태 등으로 볼 때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해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때에는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설령 집회의 장소가 관공서 등 공공건조물의 옥내라 하더라도 그곳이 일반적으로 집회의 개최가 허용된 개방된 장소가 아닌 이상 이를 무단 점거해 그 건조물의 평온을 해치거나 정상적인 기능의 수행에 위험을 초래하고 나아가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활동의 범주를 넘는다 할 것이므로 그것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부산노동청은 고용안정과 노사분쟁의 조정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관공서로서 일반 공중이나 민원인 등이 임의로 그 건물 내에서 집회를 할 것까지도 허용돼 있는 개방된 장소로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주도해 조합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집회장소인 청사 로비에 진입하게 한 경위, 그 집회의 목적과 규모, 청사관리권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하면서 진행된 집회의 방식과 진행시간, 이 사건 집회가 이뤄진 청사 내 공간의 규모나 구조, 그곳을 찾는 민원인의 출입이나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에 방해를 일으킨 정도, 기타 이 사건 집회의 진행상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등이 부산노동청 청사에 집단으로 무단 침입한 후 로비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장시간 옥내집회를 강행하면서 퇴거요구에 불응한 것은, 그로 인해 청사의 평온과 시설관리권 등 타인의 법익을 침해해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집회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유지할 수 없도록 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고 집시법상 해산명령불응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4. 집회의 자유 보장과 해산명령의 관계에 비춰 본 판결의 의의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는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는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집회나 시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 제21조 제1항은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이러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이 국가권력의 개입이나 강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에 속한다. 따라서 이 같은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집회나 시위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러므로 해산명령이 되는 집회나 시위는 폭행·협박·손괴·방화에 의해 타인의 법익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하며 현존하는 구체적 위험이 발생해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로 한정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위 “등”의 의미가 문제되는데, ‘폭행 등과 유사한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형벌 문언은 유추해석이 금지되므로, 위 “등”은 형사처벌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집시법이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 미신고 옥외집회 등으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할 수 있는 것으로 엄격하게 보는 대법원 2012.4.26 선고 2011도6294 판결, 대법원 2012.4.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및 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도13846 판결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판결 흐름과도 어긋나는 아쉬운 판결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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