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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산재인정의 장벽들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보건복지부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중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6.0%인 577만명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성인의 15.6%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사고(思考)를 경험했다. 1년간 자살시도자는 10만8천여명이다.

그렇다면 2011년 정신질환의 산재승인건수는 얼마나 될까. 총 56건이 신청됐고 그중 12건이 승인됐다. 우울증 3건·적응장애 2건·급성스트레스 장애 3건·외상후스트레스장애 2건·기타 2건이다. 같은해 정신질환 관련 사망(자살)으로 신청된 산재건수는 46건이며, 이 중 14건이 승인됐다. 결국 1년에 정신질환과 이로 인한 자살로 산재를 신청하는 건수는 100건밖에 안 된다.

정신질환이 산재로 인정되기 어려운 가장 큰 장벽은 미인식의 문제다. 즉 정신질환도 산재로 승인받을 수 있는 질병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상병과 달리 정신질환의 경우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인의 취약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정신질환이 있어도 해고 등 위험과 사용자의 편견으로 전혀 노출할 수 없다. 각종 보험의 미가입 문제는 부차적이다. 철도 기관사의 경우 정신질환병력이 있는 경우 면허박탈이 되고 있어 외상사고 이후 병원에 내원하기도 힘든 구조다.

결국 정신질환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가 문제다. 기존 정신보건법은 단순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만 받아도 환자를 정신질환자 범주에 포함해 문제가 됐으나 최근 개정됐다.

세 번째 문제는 정신질환에 대해 법령구조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정신질환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자살의 경우 일정한 요건하에서 업무상재해(시행령 제36조)로 본다. 최근 법령 개정으로 시행령 별표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요건이 신설됐다. 거기에 더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뿐만 아니라 우울증·급성스트레스장애·수면장애 등 노동자의 유병률이 높은 정신질환 인정요건을 신설해야 한다.

네 번째는 근로복지공단의 실무적 운용상의 문제다. 일본의 경우 "심리적 부하에 의한 정신장애의 인정기준"(후생노동성)과 같은 세부적 조사·판단 지침이 있다.

정신질환의 경우 공단 지사에서 정신과 자문의사의 소견을 받은 뒤 형식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세부적 스트레스 내용을 모두 살피지 못한다. 이로 인해 정신과 자문의사의 형식적 소견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중요한 근거가 된다. 최초부터 단순 의학적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다.

자살로 인한 산재인정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있다. 2008년 법령 개정으로 기존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경우에도 산재 승인이 가능하도록 범위가 넓어졌으나, 이것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법원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사건에 있어 유독 일관되지 못하다. 법원은 "자살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두2029 판결,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24644 판결)고 판결하면서, 한편으로 "재해자 본인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두8553 판결)을 내세우고 있다.

정신질환, 특히 감정노동자의 경우 고객과의 갈등을 입증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런 입증책임의 부담은 행정소송 단계에서도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가중된다. 결국 미인식의 문제·사회적 편견·공단의 협소한 판단과 부실한 운영·법원의 혼란까지 가중된 현실이 우리나라를 정신질환이 산재로 인정받기 가장 어려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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