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24 금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청년유니온의 청년노동
인턴은 노동자입니까?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인턴이 노동자냐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아무도 모른다가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턴제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작업의 형태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없이 참가하는 자원봉사 성격부터 사회경험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무급인턴, 주 5일 출근에 야간노동까지 해야 하는 전일제 직장 형태까지 다양하다. 그 실체에 따라 노동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인턴제는 1950년대 미국에서 대학생들의 사회적응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산학협력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현재 대학 졸업생의 4명 중 3명은 인턴의 경험을 갖는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도 인턴들의 과로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독일의 경우 첫 직업을 갖는 청년의 20%가 단기간 인턴제로 취직하고, 그중 40%가 무급이다. 이렇듯 유럽에서도 인턴제도 확대와 무급 인턴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80년대 중반 대기업에서 인턴제가 처음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수가 확대돼 지난해 직업훈련이나 현장실습, 직업체험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에서의 인턴제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50만명을 넘었다. 정부에서도 2009년 부처 및 공공기관 인턴제를 광범위하게 도입하면서 올해 상반기 1만2천명이 넘는 청년을 인턴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이제 인턴제는 정교육 기간 중이나 끝난 이후에도 청년들에게 당연히 한 번씩 거쳐 가야 하는 제도가 돼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인턴제를 단순하게 경력 쌓기라든가 경험이니 무급에 고된 노동도 참는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에 대한 경험과 그것을 증명할 스펙일지 모르지만 회사와 기업에서는 그 청년들의 열정을 통해 부를 생산한다면 분명 노동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 금융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제대로 임금을 달라고 말도 못하고 친인척을 동원해서 회사의 금융상품을 파는 영업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정규직 전환이 안 되고, 자신의 실적이 정규직 사원의 성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 회사는 자신들의 직원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최근 금융업계에서 청년들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지인들에게 영업을 시키고 나서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인턴기간제사원'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청년을 채용하고 나서 교육프로그램 하나 없이 1년간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회사도 많다.

인턴제가 다양하게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저임금 수준임에도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있는 대기업 인턴 모집의 경우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 실정이다. 일의 숙련을 쌓을 기회조차도 청년들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사회에서 인턴은 청년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모든 인턴제를 노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년의 성장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하나 없고, 실제 일을 시키면서 이득을 얻으면서도 인턴이니까, 경험을 쌓게 해 주는 것이니까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인턴이라고 명명하더라도 노동은 노동인 것이다. 2011년 미국에서 영화 <블랙스완> 제작에 참여했던 인턴들이 체불임금 집단소송으로 승소했다. 미국 노동부는 인턴들이 일을 한 것을 통해 회사가 업무상 이익을 얻었으면 정당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리 정부 또한 인턴의 노동자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공 및 행정인턴은 최저임금 수준인 월 120만원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고, 4대 보험을 가입시켜 주고 있다. 복사를 시키거나 자리에 앉아서 할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노동은 노동인 것이다.

인턴제는 그 목적과 고용형태에 따라 다양하고 향후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그 논의의 가장 기본이 돼야 할 것은 바로 교육은 교육답게, 노동은 노동답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턴제라는 새로운 불안정노동 형태를 창출할 것이 아니라 경험을 위한 것이라도 노동은 노동으로 대우해 줘야 한다. 노동을 인턴제라는 허울에 숨겨 청년들의 열정을 부당하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양호경  yangsou20@hanmail.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호경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