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김영훈(45·사진) 철도노조 지도위원은 "철도산업이 발전하려면 정부·노동자·국민이 함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그 틀에서 철도산업 구조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매일노동뉴스 사무실에 열린 '철도산업 특성과 한국철도' 사내특강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특강에서 "철도산업의 특성을 부정하는 것이 민영화"라며 "민영화가 도입되는 순간 철도산업 시스템은 분해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적 기구 만들어야 관료·시장 폐해 막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나 철도 민영화 찬성론자들이 경쟁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은 철도 적자 문제다. 철도의 적자가 늘어나면서 국민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볼 때 철도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자연독점 상태를 형성한다. 자연독점이란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후발주자가 뛰어들지 못해 생기는 독점 상태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김 지도위원은 "철도는 초기 건설비용과 일상적 유지보수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운임비만으로는 건설과 운영비용을 보전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철도산업이 필연적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공공부문은 박정희 시대 개발독재의 산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민은 공공부문에 대해 철밥통 혹은 부정·부패 이미지를 갖고 있고, 실제 비리도 많았다"며 "하지만 공공부문이 부패했기 때문에 사적자본에 맡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에 따라 "철도는 민영화를 하더라도 산업의 특성상 결국 민영독점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누가 독점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와 이를 이용하는 국민, 그리고 정부가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철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논의기구를 거칠 때만이 관료화와 시장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순진하거나 아무것도 모르거나"

김 지도위원은 코레일을 철도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그 아래 수서발 KTX 운영회사를 만들어 경쟁을 시키겠다는 내용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은 민영화 정책이 아니라는 국토부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국토부는 주식매각에 따른 민영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 70% 출자금을 유치할 때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는 공적자금만 참여하도록 하고, 투자 약정·정관에 민간매각 제한을 명시하겠다고 한다"며 "국토부의 궤변을 들어보면 순진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를 받겠다고 하지만 국민연금은 '투자계획이 없다'며 몸값만 올리고 있어요. 국민연금은 돈의 성격만 공적자금일 뿐입니다.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보유주식을 매각하지 않겠습니까."

김 지도위원은 특히 "경제적 수요심사를 통해 외국자본의 주식매수에 대한 규제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 "결국에는 한미 FTA 협정 위반 논란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토부가 내세운 '독일식 철도모델' 논리를 반박했다. 그는 "국토부가 지주회사-자회사 분리계획을 독일식 철도모델이라고 주장하는데, 독일식 지주회사 모델은 독일이 철도 민영화를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노조 주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독일의 철도전문가는 "한국이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면서 독일식 지주회사 모델을 도입한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철도 민영화다 아니다, 독일식 모델이다 아니다, 한미FTA 위반이다 아니다 같은 다양한 논란을 포함해 국회에서 모든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철도 민영화 반대투쟁은 한미FTA 체제하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투쟁인 만큼 역사적인 투쟁"이라며 "연대전선을 구축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 기관사인 김 지도위원은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을 거쳐 2010년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지난해 11월 임원직선제 실시 유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퇴한 뒤 현장으로 돌아갔다. 최근 철도 민영화 저지투쟁이 불붙자 올해 초 노조 지도위원으로 복귀했다. 노조 주최로 지난달 27~29일 열린 '한국철도의 미래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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