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애초 예상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그런데 민간소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소비증가율이 2%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4.2%포인트 상승한 2.3%, 건설투자가 6.3%포인트 상승한 4.1%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소비 부진의 주요 원인은 낮은 소득이다. 연구원은 “주택시장 부진이나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낮은 저축률로 차입을 통한 소비가 늘어나기 어렵다”며 “임금이 낮은 부문에서 취업자수가 주로 늘어나고 있어 가계소득 증가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간 우리 사회가 지체되는 원인으로 ‘고용 없는 성장’을 꼽았는데, 앞으로는 ‘소득 없는 고용’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생겼다. 이래서는 정부가 내세운 고용률 70%를 달성한다 해도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시간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업자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요새 금융권의 고임금이 논란이다. 언론은 실적은 나쁜데 임금만 받아 간다고 비난한다. 대기업 파업 때마다 고임금 논란을 부추기는 모습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뭄에 웬 파업’이라고 헤드라인을 뽑던 10여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최근에는 한 소비자단체가 퇴직급여 충당금이나 명예퇴직금을 임금 산정에 포함시켜 은행권이 50% 가까운 임금을 올렸다는 엉터리 주장을 하기도 했다. 고임금을 받는 은행 노동자가 미워서일까. 언론은 근거가 있든 없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금융당국도 시중은행 직원들의 성과와 급여를 연동하겠다고 한다. 요새 한창 진행되고 있는 금융권 노사의 산별교섭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은행 노동자들의 박탈감은 크다. 한 노동자는 “임금인상 보도 뒤 고객들이 창구에서 직원들을 신경질적으로 대하거나, 고임금이라고 비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창구직원들이 일을 못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근거 없는 비난에 억울한 마음이 들어 속병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최근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이런 언론보도 행태에 대해 SNS에 “50~60대 대기업 임원의 52억원 연봉은 당연하고 성실히 일하며 가족들 부양하는 50대 노동자의 수천만원 임금은 아깝다는 거냐”며 “노동자들 생산성 걱정 말고 임원들 생산성이나 따져 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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