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린다. 이를 둘러싸고 노사 간 치열한 논리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재계는 적극적이다. 지난 27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1개 중소기업단체는 대법원에 “신중한 판단을 해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노동계는 “부당한 압력을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은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관련 사건 두 건이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복리후생적 급여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다. 현재까지 법원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적 급여 상당수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례를 축적해 왔다.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그간 판결이 뒤집어지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계는 기존 판례 굳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대통령까지 나서 통상임금 소송을 우려하고, 재계 공세가 잇따르는 만큼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개변론이 끝난 뒤 어떤 결정을 내릴까.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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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의 대가는 통상임금, 전원합의체가 선고해야" 

김기덕 변호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대법원은 법정근로(소정근로)를 넘어선 근로의 대가 임금, 즉 법정수당의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정한 근로기준법 제56조를 알고 확인하면 된다. 그것을 알지 못해서 법원의 통상임금 법리는 법정근로에 대해 지급하는 임금 중 일부로 제한했다. 학자와 노동자를 대리한 변호사들도 통상임금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법원은 89년 서울대병원 사건에서 최초로 통상임금 법리를 세웠다. 그리고 24년이 흘러 대법원은 통상임금 법리 정립을 위한 전원합의체 재판을 하려고 한다. 89년 노동자는 통상임금을 알지 못했다. 서울대병원 사건에서 법원이 정립한 통상임금 법리는 법정근로의 대가 임금 중 일부만 통상임금으로 봤다. 그 뒤 노동자는 이 법리 틀에서 주장했다. 제 수당·복리후생 금품이 문제가 됐는데 기본급과 다름없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인정받았다. 96년에는 한 달을 초과한 기간에 지급되는 것도 통상임금에 속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런 통상임금 판례 법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의 대가 임금이지 그 일부가 아니라고 선언돼야 한다. 이런 내용으로 지난 7년간 토론하고 논문들을 발표했다. 노동자와 노조들이 볼 수 있도록 칼럼 등 많은 글을 써 왔다. 처음 꺼냈을 때만 해도 터무니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노동자와 소송에서 노동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의 유력한 주장이 됐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견해나 주장이 아니라 당연한 노동법 해석이라고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선고돼야 한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 지불하는 판결 지속돼야" 

홍영표
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8일 10대 재벌총수들과의 오찬에서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라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발언에 대해 “본의 아니게 경제에 찬물을 끼얹은 입법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소조항은 없는지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29일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단과의 오찬에서도 통상임금과 관련해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인식과 재계의 주장에 비애감을 느낀다.

통상임금 문제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온 초과근로수당을 정상화하는 문제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초이고, 법원이 노동법에 의해 엄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법치의 기초다. 법원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통상임금 판단 원리를 이유 없이 변경하거나 노동자가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자본주의와 법치의 공멸이다. 기업이 망한다면 통상임금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경영 때문이다. 대법원이 흔들림 없이 판결할 것이라 믿는다. 국회 또한 본인이 발의한 통상임금 산정방식 정상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초과근로·저임금 악순환, 대법원이 끊어야"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

통상임금 산정 범위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일관적이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식비·교통비 등에 대해 법원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해 왔다.

그런데도 재계와 새누리당은 통상임금 범위가 축소돼야 한다는 취지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구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단순히 우연인 것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일까. 전자일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재계가 대법원과 청와대에 통상임금 관련 입장을 전달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용자는 물론 정부조차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는 사태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노사갈등과 소송비용·시간낭비를 막아야 한다.

시간외 근로수당의 시간당 임금이 근무시간 내에 일할 때의 시간당 임금보다 낮은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신규채용은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초과근로를 시키고, 초과근로수당을 적게 주기 위해 각종 수당을 만드는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종전 판결 재확인하는 전원합의체 기대"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울타리에 갇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법원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체력단련비·월동비의 통상임금 포함, 일정한 조건을 갖춘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의 통상임금 인정,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등 일관되고 예측가능한 법리 속에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약자보호와 역사발전에 기여해 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번에도 통상임금 관련 종전 판결을 명명백백하게 재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전원합의체가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려 한다면 95년 전원합의체가 판결한 ‘모든 임금은 노동의 대가’를 부정해야 하고,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임금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하며, 일정한 조건을 갖춘 노동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을 제외시켜야 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이미 현장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정신을 살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변경해 오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오히려 대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함께 엄청난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통상임금 확대되면 일자리 축소"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한국경총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은 총 38조5천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일자리 40만개를 만들 수 있는 비용이다. 통상임금 논쟁이 일자리 창출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막대한 비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들은 통상임금 문제를 기업의 존폐와 연결해 바라보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

통상임금 문제를 판단하기에 앞서 노사자치도 존중돼야 한다. 그동안 통상임금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노동부의 예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사 당사자는 총액임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각종 수당 확대에 합의해 왔다. 오랜 시간 누적된 이 같은 노사협상의 관행을 하루아침에 무시할 수는 없다.

노동자들도 그동안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 부분에 큰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법원이 노동부 예규나 노사자치 관행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놓으면서 노동자들의 기대심리가 지나치게 커져 있다. 늘어나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이 이를 보여 준다. 기업의 부담이 커질수록 일자리에 대한 위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도 이 부분을 생각해 무분별한 소송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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