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27일 서울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국철도의 미래를 위한 국제심포지엄 개막식 장면 정기훈 기자
"영국은 민영화 목표를 단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철도노조와 공공운수노조·연맹 공동주최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철도의 미래를 위한 국제심포지엄’본행사에서 '유럽 철도 구조조정 사례와 교훈' 세션 발제자로 나선 크리스천 월마(Christian Wolmar) 영국 철도전문저널리스트는 영국 철도 민영화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철도 부채와 적자 해소를 이유로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영국의 사례를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월마씨는 "당시 정부는 철도 공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 보조금은 최고 60억파운드까지 올랐고 서비스 질은 향상되지 못했으며, 돈·시간·자원 모두 낭비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 철도 민영화 모델은 '분리'에 기반하고 있다"며 "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이런 분리 모델이 제시되면 철도가 전체적으로 매각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철도 상하분리 모델이 민영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월마씨는 "영국 정부는 철도 기반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뒤 철도차량·화물회사·철도운영회사·기술부서 등으로 분할했고, 다시 입찰을 통해 민간기업에 매각했다"며 "기반시설에 해당하는 선로는 매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파 정치인들의 압력으로 결국 선로도 공개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반인들까지 선로를 주식처럼 살 수 있게 된 건 가장 큰 재앙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외국 철도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철도 민영화·경쟁체제 정책을 비판했다. 외슈타인 아슬락센(Øystein Aslaksen) 국제운수노련(ITF) 철도분과 의장은 영국의 사례를 들며 민영화에 따른 혈세낭비를 지적했다. 아슬락센 의장은 "수익이 안 나는 민간기업들이 파산신청을 하면 정부가 인수해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민간기업 파산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영화의 최종 목표는 다국적 회사 설립"이라며 "전 세계에 국영기업에 의한 독점이 아니라 사기업에 의한 독점이 만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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