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지부

하방(下放)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 마오쩌둥 주석 시절이던 1957년부터 상급 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일하게 했던 것을 일컫는 말이다. 하방은 우리 정치에서도 심심찮게 쓰인다. 중앙 정치인인 지역으로 내려가 민심을 살핀다는 것이다. 선거 때로 국한된 것이 한계라면 한계지만 말이다.

최근 <매일노동뉴스>가 만난 김창근(45·사진)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 위원장도 '하방'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하방은 현장과 괴리를 줄이는 노조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얘기했다. 은행권 최초로 3선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기본에 충실하고 하나하나 무리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간부들이 노조의 기본에 충실했고, 역할을 매우 잘했다”며 “하나은행의 성장 과정에서 있었던 조직 내부의 문제를 직원들과 함께 풀어 가려고 노력을 한 것이 신뢰를 얻은 듯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인데, 정작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요. 단위노조에서는 민주적인 절차와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합원과 대의원, 현장에서 꾸준하게 검증을 받습니다. 그게 노조의 기본 아닙니까. 그런 절차가 상급단체로 갈수록 무너져 있습니다. 그게 현장과의 괴리를 만듭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대중으로부터 나온 힘을 바탕으로 해야 무슨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데, 기초체력이 없는 거죠.”

김 위원장의 스타일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는 무기계약직의 지부 가입이다. 현재 하나은행의 무기계약직은 1천500여명이다. 무기계약직은 지부에 가입해 힘을 키우고 싶어 하지만 조합원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정규직 조합원에 초점을 맞췄다. 현장을 오가며 조합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 무기계약직의 지부 가입은 26일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된다. 김 위원장은 "가결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원화된 임금체계를 통합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하나은행의 성장 역사는 합병 역사와 일치한다. 단자사에서 출발해 98년 6월 충청은행, 99년 1월 보람은행, 2002년 12월 서울은행을 합병했다. 지난해 1월 인수하면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외환은행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질적인 여러 조직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는 것은 분명한 갈등요인이다.

서울은행 출신인 김 위원장이 2003년 9월 선거를 통해 노조활동을 시작한 이래 고민의 중심은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10년 노조활동의 결실이 최근 하나씩 나오고 있다. 그는 부위원장을 거쳐 2006년 선거에서 위원장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2002년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통합되고 하나은행의 임금체계를 따랐지만 실제로는 이원화된 임금체계였죠. 일정 직급에 적용되는 임금이 달랐어요. 2007년 통합 1기(하나은행지부와 서울은행지부 통합) 때부터 임금체계 통합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충청사업본부까지 통합을 마무리했고, 올해 1월 전체 임금체계 통합을 완료했죠. 임금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조직문화를 바꿔 냈다는 보람도 느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하나은행만의 노사문화·기업문화·조직문화가 생겼어요.”

김 위원장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에 대해 “조합원들이 맡긴 큰 과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해 1월 5년 독립경영을 약속한 마당이어서 통합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조합원들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을 잘 정비해서 외환은행이라는 좋은 은행과 통합하라는 숙제를 준 거라고 봅니다. 지금은 차분히 준비하는 시기죠. 어느날 갑자기 한 번에 맞춰 가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간극을 최소화하고, 두 조직이 무리 없이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서로 미흡하거나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되는 제도를 균형적으로 맞춰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그 작업을 일단 (은행끼리) 합쳐 놓고 했죠. 지금은 간극을 줄일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좀 더 원활하고 충격이 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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