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나라 노조운동의 길은 산별노조를 향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금융노조·공공운수노조, 그리고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가리지 않고 산별노조는 노조운동의 조직방향이다. 1997년 노조법 제정으로 초기업단위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고, 기업별노조의 산별전환을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산별노조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됐다. 2000년 전후 보건의료노조·금속노조·금융노조 등 대규모 산별노조가 출범했다. 97년 노조법이 설계한 산별조직화의 길이었다. 기업별노조가 조직형태변경결의를 통해 산별노조의 지부·지회 등 하부조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산별노조체제가 구축됐다.

10여년이 지나갔다. 산별노조는 노조조직화의 당연한 형태가 됐다. 이제 미조직 노동자는 산별노조의 지부·지회 등의 형태로 노조를 조직한다. 분명히 지난 16년, 노조운동은 노동자를 산별노조로 조직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노동조합으로서 해야만 하는 노동자권리 쟁취는 성공했을까. 노동자권리를 산별교섭으로 성취했을까.

2. 지난 14일 금속노조는 2013년 중앙교섭 잠정합의안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27일부터 29일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하반기에 산별협약을 체결할 금융노조,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아직 산별협약 체결을 위한 산별교섭틀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공공운수노조와는 달리 금속노조는 이렇게 2013년 산별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마무리하고 있다.

2013년 중앙교섭 잠정합의안은 7월23일 노사합의됐다. 금속노조 위원장 박상철과 금속사용자협의회 회장 신쌍식이 서명했다. 2001년 2월 출범한 뒤 금속노조의 모든 것이었던 산별교섭 쟁취, 그 중앙교섭 2013년판이 이렇게 잠정합의됐다. 금속사용자협의회 회원사업장 소속 조합원은 2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속노조 조합원 15만명 중 13만명은 해당사항 없는 산별교섭이다. 금속노조가 10년 넘게 사업과 투쟁의 목표였던 산별교섭인 중앙교섭은 2013년 어떤 노동자권리를 확보했을까.

3. 금속노조의 2013년 중앙교섭 잠정합의안을 살펴보자. 첫째, 잠정합의안 제1항은 금속산업 최저임금에 관한 것이다. 2014년 통상시급 5천310원. 이것은 지난 7월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2014년 시급 5천210원보다 100원이 많다. 당초 금속노조는 올해 금속노조 6대 공동요구안에서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의 50%에 해당하는 시급 5천910원을 금속산업 최저임금으로 요구했다. 얼마 전 나는 최저임금을 주제로 한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금속노조가 사용자들을 상대로 교섭과 투쟁으로 체결해 낸 산별 최저임금은 2007년 3천570원(고시된 최저임금 3천480원), 2008년 3천840원(고시 3천770원), 2009년 4천80원(고시 4천원), 2010년 4천200원(고시 4천110원), 2011년 4천400원(고시 4천320원), 2012년 4천670원(고시 4천580원), 2013년 4천960원(고시 4천860원)이었다. 고시된 법정 최저임금액보다 70원 내지 100원 인상된 금액으로 해마다 정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고시될 2014년 최저임금이 5천210원이니 5천300원 정도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올해 시급 5천910원을 요구했지만 그래서 교섭하고 있지만 그럴 거라고 보인다."(매일노동뉴스 칼럼 '최저임금' 2013년 7월9일자)

잠정합의안보다 10원이 부족했다. 5천310원보다 10원 적은 5천300원이라 예상했으니 10원만큼 금속노조의 실력을 내가 저평가했다. 그러나 고시된 법정 최저임금액보다 70원 내지 100원 인상된 금액으로 해마다 정해 왔던 것이라고 나는 말했으니 저평가했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이라고 요구하고 중앙교섭에서 잠정합의했다. 그럼 150만명이든 200만명이든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2만명 미만의 조합원들에게 적용되는 중앙교섭 합의고 그 사업장의 비정규직 등에게도 적용된다 해도 조합원 포함해서 3만명이나 될까. 조합원은 임금협정에 의할 것이다. 이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해당사항이 없다. 조합원인데 적용된다면 그건 더 문제다. 노조가 무엇을 했기에 최저임금을 겨우 넘긴 임금을 지급받고 있냐고 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가 중앙교섭의 첫째 요구인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금액도, 적용범위도, 실제 조합원권리도, 이 나라 금속노동자권리로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금속노조가 해마다 요구하고 체결하는 뻔한 중앙교섭 합의로 전락하고 말았다.

둘째, 납품 하도급 계약시 불공정거래 폐지에 관한 것이다. 하도급업체 을의 문제를 노조가 요구해서 잠정합의한 것이다. 내용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근절을 위한 하도급거래 공정화 법률의 준수, 부당한 단가인하 등 불공정거래 금지 및 납품단가 결정시 원가 및 물가상승률 등 반영, 금속노사감시단 운영 등이다. 그런데 이것은 2012년까지 산별교섭으로 확보했던 바로 그 중앙교섭 합의서와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당초 금속노조는 이에 더해 하청업체와의 납품단가 결정시 원가 및 물가연동제와 집단조정제 도입, 평균 초과이윤 일부에 대해 하청업체와의 이익공유제 도입을 2013년 중앙교섭에서 요구했다. 그러니 둘째 요구는 거의 관철하지 못했다.

셋째, 임금체계 개선에 관한 것이다. 실노동시간이 주간 52시간 초과하지 않도록 근무형태 및 교대제도의 개선과 그에 따른 임금보전(기본보전수당 및 심야할증수당 신설)과 월급제로의 전환 의무, 노사합의 없는 근로시간 저축휴가제 및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의 일방 도입 금지, 교대제전환지원금·근로시간단축지원금·종업원의 각종 세제지원 등의 방안에 관한 노사공동의견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2013년 금속노조 중앙교섭 요구안이었다.

그런데 실노동시간 주간 52시간 초과 금지는 사용자의 노력의무로 변경되고, 교대제 시행에 따른 임금보전을 위한 제 수당의 통합 및 월급제 전환 등 임금제도에 관한 사항은 사업장 노사협의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잠정합의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근로시간 저축제 및 탄력적 근로시간의 확대 등 유연근로제에 관해서는 사용자가 일방적 시행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기존 단체협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것을 변경해야 하는 사항이라서 어차피 노조와의 합의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 의미 없는 합의다. 또한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사용자가 수령하는 것과 관련해 노사공동선언문을 정부에 제출한다는 합의도 조합원권리를 위한 협약으로서 의미를 찾기 어렵다. 이처럼 세 번째 잠정합의 내용도 조합원권리로 무엇을 쟁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넷째, 정년연장에 관한 것이다. 회사는 조합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며, 사업장 노사합의에 따라 시행시기를 앞당기고, 조합원의 정년퇴직 시점은 당해 사업장 단체협약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사업장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은 체결되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는데, 60세 이상 정년으로 하되 사업장 노사합의에 따라 시행시기를 앞당기도록 정하고 있다. 자칫 60세 이상 정년연장에 관한 합의가 사업장 노사합의로 그 시행시기가 정해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차피 정년연장법에 의해서 2016년 또는 2017년부터는 60세로 정년이 연장된다. 단체협약에서 굳이 60세 정년을 규정한다면 법령상 시행시기에 앞서 시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시행시기를 사업장에서 노사가 정하도록 하기로 한다면 무엇 때문에 금속노조가 산별교섭 요구안으로 교섭해서 산별협약을 체결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이상 네 가지 외에도 당초 금속노조는 사내 생산공정 및 상시업무의 하도급 금지, 직접고용 정규직 사용 의무, 그 업무 종사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요구안과 사업장 단체협약의 사무직 및 사내하청 노동자에 확장 적용에 관한 요구안을 2013년 중앙교섭 요구안으로 내놓았다. 이에 관해선 잠정합의하지 못했다.



4. 금속노조의 2013년판 산별교섭 합의안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금속노조가 1년 동안 준비하고 각종 회의를 통해 확정한 뒤 요구해서 교섭한 결과치고는 도대체가 성취한 것이 없다. 물론 이번에도 조합원 찬반투표는 찬성으로 가결될 것이다. 2009년 중앙교섭 잠정합의안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는 82.92%였고, 2010년 85.28%, 2011년 85.25%, 2012년 87.43%였다.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그러나 투표 결과가 산별교섭에 관한 조합원의 만족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조합원의 권리는 중앙교섭 합의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사업장 단체협약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이에 관해서는 조합원들은 민감하게 찬반의 의사표시를 한다. 자신의 권리와 직결되지 않는 산별교섭 합의안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투표한다. 중앙교섭 합의서의 적용 사업장 및 조합원수는 2009년 120개 사업장과 조합원 2만8천926명이었으나, 2011년에는 111개 사업장과 조합원 2만3천760명, 2012년에는 94개 사업장과 조합원 1만9천979명으로 급격하게 줄고 있다.

찬성률은 결코 산별교섭에 관한 찬성률이 아니다. 주요 사업인 산별교섭에 관한 투표는 사실 찬반논쟁을 통해 15만명 전체 조합원의 투표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야 산별교섭의 타당성을 전체 조합원의 의사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든지 조합원의 투표로 부결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장 단체협약안이 조금이라도 미흡하면 조합원들이 찬반투표로 부결시켜 왔던 것처럼. 그만큼 조합원권리에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이 다가간 것이기 때문에 부결을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조합원투표로 부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무관심이야말로 오늘 산별노조운동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적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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