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학(47·사진)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부산 사람이다. 씨티은행지부 진창근 위원장도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은행 두 곳의 위원장이 공교롭게 부산 사나이다. 외국계은행 노조는 국내은행 노조와 비교해 특별한 미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외국자본에 대한 감시다. 고배당과 먹튀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지금 부산 사나이들이 하고 있다.

서 위원장의 취미는 권투다. 김철호 전 세계챔피언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지금도 가끔 도장을 찾아 땀을 흘린다. 그와 대화를 나눠 보면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인파이터에 가깝다. 그러나 지부위원장 역할을 할 때면 아웃복싱을 한다.

2005년 제일은행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으로 합병돼 240일간 장기농성할 무렵부터 그는 지부간부였다. 올해로 노조활동 13년차를 맞은 서 위원장은 2011년 장기파업 이후 자신을 '부지런히 풋워크를 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는 아웃복서'로 만든 듯했다. 그는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일을 반복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구체적인 것을 조합원들의 손에 쥐어 주는 위원장이 되고 싶다.”

- 조합원이 급감했다가 최근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복원이 신속하게 이뤄진 이유는.

“64일간의 SC제일은행지부 파업 이후 사측으로부터 대규모 명예퇴직이 단행됐고, 이전 집행부가 이에 사인했다. 위원장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사업이 비정규직을 노조에 가입시켜 조직확대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파업 직후 조합원이 전체 직원 6천여명 중 절반도 안 됐다. 조합원수를 늘리는 방편 중 하나가 일반직(무기계약직) 직원의 노조가입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의 90%가 넘는 동의를 바탕으로 과거 수준인 조합원 3천400여명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확대된 단결력을 통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힘을 만들었고, 사측에 맞서 대등한 협상파트너로 복귀한 것이다.”

- 2012년 임단협 결과 정년연장은퇴 프로그램을 은행권 최초로 도입했는데.

“지부가 자체 개발한 정년연장은퇴 프로그램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고용안정을 통해 지금보다 4년 연장된 62세 정년을 실현했고, 은행측은 고호봉자의 관계망을 활용한 영업력 및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고 판단한다. 45~54세 직원 중 영업을 희망하는 직원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을 꺼리는 직원들은 급여삭감 없이 현행 58세 정년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지부 정년연장은퇴 프로그램의 특징은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단축 없는, 실적 압박과 스트레스 없는 은행권에 맞춤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 통상임금 개편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2월 임단협을 통해 급여체계를 단순화했다. 정기상여금 외에도 가족수당·중식대·교통비 등을 통상임금화시켰다. 기존에 운영되던 재충전 휴가는 7일에서 15일로 늘렸다. 지난해부터 통상임금이 이슈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은행권에 좋은 선례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 올해 지부의 주요 과제는.

“2005년 이후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쳐서 1조원의 영업권 손실을 봤다고 영국 타임즈와 국내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구조조정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단언컨대 구조조정은 없다. 아니 못한다. 지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막아 낼 것이다. 금융환경 변화와 고객 니즈의 변화를 감안해 조합원들이 서 있는 곳에서 SC은행의 문제를 바라보겠다. 감성은 없고 오로지 실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 실적 압박과 무한 출혈경쟁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할 것이다. 은행 내부에 존재하는 갑을 관계 횡포에 대한 조사와 관리·감독을 통해 조합원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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