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정부 차원의 청년고용 종합대책은 2003년 9월 처음 발표됐다. 이후 세 차례 추가대책이 나왔고, 그사이 정부의 청년고용 예산은 2003년 5천390억원에서 지난해 2조832억원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2004년에는 최초로 청년실업해소특별법(현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제정됐다. 제정 당시에는 2008년까지 적용되는 한시법이었다. 이어 1차로 올해까지, 다시 2018년까지 연장됐다.

올해 9월이면 청년고용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10년이 된다. 그동안 예산이 증가했고, 각종 대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2003년 청년(15~29세) 고용률은 44.4%에서 올해 1분기 39.2%로 5%포인트 낮아지며 오히려 악화했다. 청년실업률은 7~10% 사이에서 진폭을 거듭하며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있다. 쉬었다고 응답하거나 취업준비생 같이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실질적 청년실업자는 계속 늘어 21%(110만명)를 넘어섰다. 최저임금 미달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1.8%로 200만명을 웃돌고 있다. 파트타임 노동자 비중은 2003년 8%대에서 지난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파트타임과 저임금 노동자의 3분의 1이 청년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청년위원회 첫 회의에서 창업을 독려하면서 청년들이 실패해도 일어설 때까지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기업 독점구조와 과포화된 자영업 때문에 자영업자 비율이 22.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청년들에게 창업을 하라고 등 떠밀고 있다.

청년 일자리 정책 10년간 정부는 청년에게 슈퍼히어로가 되기를 강요했다. 수백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창업을 지원했지만 청년들은 최소한의 생활비도 벌지 못하고 열정은 사그라졌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취업을 간 청년은 공항에 내렸을 때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다. 그리고 현지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에 시달리며 상처를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부의 행정인턴들은 정부부처의 멋진 이름에 도전했지만 복사만 하는 수개월의 기간 동안 또 그렇게 소비됐다.

정부는 한 주가 멀다 하고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새로운 건 거의 없다. 기존 정책을 이름만 바꿔서 새로운 대책인 양 홍보하고 있다. 10년 넘게 진행된 청년고용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없이 단기적 성과만을 좇고 있다. 저임금에 단기적 청년고용 정책으로 청년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졌고, 삶은 더욱 열악해졌다.

물론 긍정적인 정책이 있긴 하다.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겨났고, 구직을 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구직훈련과 구직지원을 병행하는 사회적 안전망 성격의 제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제도들은 대다수 청년이 혜택을 볼 수 없는 제도로 남아 있다. 일을 하지 못할 때 삶의 마지막 보루인 사회적 안전망은 고용보험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각종 사회적 안전망의 소득대체율은 10% 중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국가별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 20만명의 청년이 몰렸다고 사회는 청년들에게 도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사회는 청년들에게 최고의 성공사례만을 제시하면서 슈퍼히어로가 되기를 강요했다. 경제가 저성장이라고 하면서 그 열악한 고용구조에서 청년들이 알아서 살아가라고 내몰고 있다. 그 경쟁을 뚫고 올라온 사람을 내세워 청년들에게 너희들도 할 수 있다고 환상을 심어 주고 있다.

청년고용 정책의 방향은 청년에게 열정이 아니라 권리를 말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형 실업부조와 교육훈련을 확대·강화하고, 민간기업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법에서 규정하는 최소한의 노동기준을 지키라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정부가 나서야 한다. 헌법(제32조)은 모든 국민의 근로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취지에 맞게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를 더 이상 청년들의 열정에 맡겨서는 안 된다. 청년은 권리를 주장하고 국가는 의무를 이행해야 할 때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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