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영
변호사
(변호사 정환영
법률사무소)

대상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2나 14426 퇴직금

1. 들어가는 말

대학교는 시간강사가 전임교수보다 훨씬 많은 시간 강의를 담당하지만 소액의 강사료 이외에는 어떠한 돈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강의하기 위해 학교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면 주차비까지 내야 하는 시간강사들이 많이 있다.

이렇게 열악한 시간강사들은 생계를 위해 보따리장수처럼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다가 자살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교육부에서는 강사처우 개선을 위해 대책을 내놨지만 그 대책으로 인해 오히려 수년간 시간강사를 해 오던 사람들이 재계약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본건은 근로계약 종료시 강의시간의 3배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 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로, 열악한 조건에 있는 시간강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2. 사건의 경위

피고는 의정부시에 있는 K대학교의 학교법인이고, 원고 A는 1992년 3월1일부터, 원고 B는 2002년 3월4일부터 각각 K대학교에서 교양영어강의를 1주당 4시간에서 12시간까지 담당하는 시간강사로 근무했다.

K대학교는 2011년 1학기부터 원고들에 영어강의를 맡기지 않았다. 앞서 2010년도 2학기에는 시간당 2만6천원의 강사료를 지급했으며, 강의가 없는 방학 때는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았고, 강사료 이외 추가로 금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없었다.

원고들은 K대학교와 구두로 강사계약을 체결하고 매학기 말에 묵시의 갱신에 의해 시간강사계약이 연장돼 왔다. 2010년에는 서면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1년 초에는 서면통고도 없이 2011년 1학기에는 강의를 맡기지 않겠다고 했다. 더 이상 강의를 못한 채 강사계약이 종료돼 버린 것이다. K대학교에서는 위로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은 K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2012가단 8840호)에 퇴직금 소송을 제기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살피건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자는 계약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의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창출과 손실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 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에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를 따졌다.

이어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했다. 그 결과 법원은 원고들이 시간강사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금 규정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 4주간을 평균해 1주간 소정근로기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퇴직급여제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고들이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가 강의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 업무의 성격상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자료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한 학사행정업무의 처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전임교원의 경우에도 최소 강의시간이 9시간이어서 1주일 15시간의 강의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은 반드시 강의시간에 한정할 수 없고, 1주당 강의시간의 3배로 보기로 해 원고들의 근로시간이 15시간을 초과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시간강사의 경우 매년 학기에 따라 구두 또는 서면으로 반복해 동일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므로 갱신 또는 반복된 계약기간을 합산해 계속근로여부와 계속근로기간을 판단해야 한다.

갱신되거나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공백 기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해 길지 않고, 방학기간 등 당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해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그 기간 중에도 유지되는 바, 원고들의 계약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의견이다.

그리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2011학년도 1학기 강의를 맡기지 않고 2012년 2월28일까지 돼 있는 계약기간을 연장하거나 계약서를 갱신하지 않았다. 이는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2011년도 1학기 시작 무렵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해지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상법상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또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 이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예고를 하지 않을 때는 30일분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수당으로 지급해야 하기에 본건도 원고들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원고 A에게 534만8천590원, 원고 B에게 1천114만2천856원 및 2011년 3월17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피고가 항소해 해고예고수당은 계약서에 의해 당연히 종료됐기 때문에 해고예고필요성이 없으므로 해고예고수당은 인정될 수 없다고 봐(이 부분은 묵시의 갱신이나 계약반복으로 인해 계속근로자로 인정하는 부분과 배치되는 부분이어서 의문이 들어 상고함) 배척되고, 퇴직금은 그대로 인용됐으며 쌍방이 상고했다가 합의에 의해 종결했다.

4. 판결의 의의

시간강사가 주당 5시간 이상씩 구두 또는 서면으로 반복해 1년 이상 계속적 근로가 제공되면(방학기간 등 근로제공하지 않을 경우에도 근로관계 계속성은 인정)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며 퇴직급여보상법상 퇴직급여 대상이 된다는 것이며, 강사시간의 3배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판결에 따라 열악한 시간강사들이 학교측의 계약갱신 거부로 강의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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