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농성장에서 연행됐던 조합원들 사이에서 떠돌던 일부 경찰의 음주 진압 의혹이 2일 노조의 진압 당일 호텔 거래명세서와 목격자 증언 공개로 이번 강제 진압사태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노조의 폭로대로 일부 경찰이 농성 진압이란 극한 상황을 앞두고 '술잔치'를 벌였다면 농성 해산 과정에서 임산부 구타로 촉발된 진압의 폭력성 문제 뿐 아니라 도덕성 시비까지 겹쳐 경찰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것이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거래명세서에서 '전경 LOST'라 적혀 있는 부분은 진압 경찰에 의한 손실분임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29일 저녁 이미 호텔쪽이 경찰 진압에 대비해 30층의 투숙객 전원을 소개한 상태였던 점을 볼 때 8개나 되는 객실에서 100여 품목에 이르는 다량의 술과 음료수를 한꺼번에 먹어치울 수 있는 '집단'이 누구였겠는가는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남경 노조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30층 복도에 2대의 폐쇄회로가 설치돼 있고, 이는 보안관계상 1주일 동안 녹화 필름을 보관토록 돼 있는 만큼, 호텔쪽이 은폐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경찰이 있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경찰의 진압이 옥상과 36층 아래에서 동시에 이뤄진 사실과, 31층부터 35층까지는 최고급 객실과 잘 사용되지 않는 고급 비즈니스룸 등으로 이뤄져 있던 점을 감안할 때 아래로부터 진압해 들어온 경찰들이 장시간 대기할 수 있었던 객실 층수는 30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날 노조가 목격자로 공개한 객실관리부 소속의 박장서(38세. 여)씨의 경우 "수년간 객실 청소를 담당해 왔기 때문에 욕설을 퍼붓는 진압 경찰의 입에서 풍겨나온 양주 냄새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진압 당시 2층에서 연행된 롯데호텔 잠실점 식음조리부의 박정준(29세)씨 역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자신의 머리채를 낚아채던 진압 경찰이 "남은 놈들은 어디있냐"고 물을 당시 역한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선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스스로를 장애인이라고 밝힌 사람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롯데호텔 본관 시설부 소속인 변명수(30세)씨는 37층에서 붙잡힐 당시 경찰에게 장애인 신분증을 제시하며 다리를 펼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이○○, 필요없다"는 욕설과 함께 무릎으로 옆구리를 차이고 수차례 발길질을 당했다는 것이다. 변씨는 재차 "너무하지 않느냐"고 항의했으나 이번엔 경찰이 곤봉을 머리를 내리쳤다고 주장했다. 변씨는 진압 직후 119차량에 실려 중대부속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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