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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가 혜택이 돼 버린 청년노동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고용센터에 실업급여를 받으러 가면 직원들이 여러 가지를 설명한다. 처음에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절차를 설명해 주고 뒤에 가서는 부당수급을 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힘주어 말한다. 부당수급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서 자발적 사직의 경우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권고사직의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해서 말한다. 그리고 직원은 대부분이 실업급여라고 알고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실업급여가 아니라 구직급여이므로, 구직을 적극적으로 증빙해야 한다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최근 카페베네 직영점에서 부당해고 논란이 발생했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정규직으로 수년간 일한 직원들이다. 본사는 (가맹점으로의) 위탁 전환 전날까지도 직원을 해고하는지 어디로 발령을 내는지 공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 청년노동자에게 권고사직 처리를 해 주면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으니 사직에 동의하라고 압박했다. 실질적인 부당해고인데도 본사는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실업급여를 받게 해 준다고 말했다. 청년노동자는 뭔가 억울했지만 실업급여라도 받고자 권고사직에 동의했다.

카페베네가 권고사직을 할 계획이었다면 최소한 어려운 회사 사정을 설명하고 미안해하며 동의를 구해야 했다. 권고사직은 말 그대로 사직을 권하는 것이고 본인의 동의가 필요함에도 카페베네는 위탁 전환 전날 실업급여라도 받으려면 권고사직에 동의하라고 선택을 강요했다. 아쉬운 소리는 본사가 해야 하는 것인데도 청년노동자는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오히려 감사해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년들이 구직사이트에서 처음으로 확인하는 것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는지 여부다. 그리고 4대 보험과 주휴수당을 챙겨 주는지 추가적으로 확인한다. 여기에 휴게시간이 명확히 나와 있고 심야에 마감을 하는 매장의 경우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사업장은 최고의 일자리에 가깝다.

물론 지휘·감독하는 관리자와의 관계, 업무강도 등 다양한 조건도 함께 확인하지만 법에 규정돼 있는 기준만 지킨다면 청년들에게 아주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인 것이다. 거기다가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몇 백원이라도 높으면 그 사업장의 사장은 고마운 사장이 된다.

최소한의 규정과 권리가 혜택이 돼 버렸다. 법에 규정돼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침해돼 부당함을 느껴도 한 청년이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많지 않다. 정부 당국은 상시적인 위법사항에 대해 눈감은 지 오래다. 함께 싸워야 할 노조는 그 힘이 아직 약하고, 사회는 노동의 권리보다 경영의 판단을 더 중시한다. 정부부처는 노동 관련 각종 위법사항에 대해 현실이 그렇다면 상시적 범법자를 양산하지 말아야 한다며 오히려 법을 개악하려고 하기도 한다. 부당한 경험에 익숙해지면 결국 다음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현실이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참고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노동에서 최소한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법에 규정돼 있는 최소한의 법도 이제는 혜택이 돼 가고 있다.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카페베네 부당해고 논란에 대해 한 청년노동자는 혹시 문제제기를 했다가 회사에 찍혀서 그만두게 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퇴직금과 실업급여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줘도 청년은 실제 받을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들에게 부당해고는 법에 규정돼 있는 어떤 절차나 권리의 문제다. 절대 불변의 회사측 입장이다. 선택지는 자발적 퇴사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고사직이냐 정도다. 그런 청년들에게 잘못한 것은 본사이고 당신들은 주장해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카페베네 사건이 어떻게 끝날지는 몰라도 최소한 그 권리만은 알려 주고 싶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양호경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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