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난 27일 이집트에서 시위대에 대한 정부의 공격으로 80여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있었다. 7월 초에도 대량 유혈사태가 있었다. 이렇게 이집트 유혈사태는 3년째 계속되며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사태의 전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이른바 ‘재스민 혁명’이 과연 혁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그 ‘혁명들’이 일어나던 초기인 2011년 2월과 3월에 이집트 사태와 리비아 사태에 대한 글을 발표한 바 있다. 필자는 사태에 미 제국주의가 깊이 개입하고 있으며 따라서 민중이 자주적으로 만들어 가는 진정한 혁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색깔혁명(Color Revolution)은 재스민이 처음이 아니다. 옛 소련이 붕괴하고 난 이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일어난 정변들에 대해 그런 딱지들이 붙여졌다. 2003년 그루지야의 장미 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튤립 혁명 등등. 물론 각각의 혁명은 그 노리는 바가 달랐을 것이다.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미 정권을 세워 푸틴의 러시아를 포위·압박하는 것이 노림수였다. 거기에는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 통로를 통제하는 문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 두 허구의 혁명이 노리던 바는 푸틴 정권의 강공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면 공작을 통해 색깔혁명을 만들어 내는 세력은 아랍과 중동지역에서는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서구 언론이나 제국주의자들은 그럴듯한 용어와 논리로 이 사태를 호도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과연 사실에 부합하는가.

터키에서 일어난 최근의 시위운동에 대해 국제부르주아 매체들은 일제히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와의 대립이라고 규정했다. 이집트의 최근 사태에 대해서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는 사태 발생 당시부터 수니파와 시아파(그 일파인 알라위파) 간 종파분쟁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성격규정에는 얼마의 진실이 담겨 있을까.

우선 시리아 사태부터 검토해 보면, 이 사태의 본질은 종파분쟁이 아니다. 만약 종파분쟁이라면 서구는 왜 같은 이슬람 종파 가운데 유독 수니파를 지원하는가. 시아파가 싫어서인가. 그렇다면 왜 이라크에서는 침략전쟁으로 수니파인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고 시아파 정권을 탄생시켰는가. 그러면 시리아 사태는 종파분쟁이 아니라 세속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의 분쟁인가. 그렇다면 구미 여러 나라들은 왜 터키에서 그러한 것처럼 세속주의 바트당 정부를 지지하지 않고 이슬람주의 세력을 지지하는가.

이처럼 세속주의냐 이슬람주의냐, 시아파냐 수니파냐 하는 잣대를 가지고는 구미 여러 나라들이 시리아 사태에 대해 취하는 태도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결국 어느 쪽이 서구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와 상충하고 어느 쪽이 일치하고 있는가라는 기준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면 현재 이집트나 터키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쟁과 정변은 어떤가. 미국은 2011년에는 무바라크 군부독재 정권 대신 민간정권을 지지하고 무르시 이슬람주의 정권의 탄생을 지지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군부가 쿠데타를 해서 무르시 정권을 퇴진시키는 데 대해 지지하고 있다. 이것은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각각에 대한 선호가 몇 년 사이에 바뀌었기 때문인가. 일각에서 얘기하듯이 무르시 정권에 대한 민중혁명 위험성(?) 때문일까. 이집트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4월6일 청년운동’을 비롯한 반무르시 시위대가 군부의 쿠데타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민중혁명의 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는가. 무르시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군부 쿠데타를 선택한 이유 중에는 무르시 정권이 중국과 이란 등에 접근하면서 미 제국주의의 입맛에 충분하게 맞지 않은 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터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에르도안 정권이 그동안 구미 제국주의의 이해에 부합하게 움직여 왔다. 그리고 구미 나라들은 터키를 재스민 혁명의 모델로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최근 범이슬람권의 결속을 추구하고, 러시아와 중국 등 상하이 협력기구와 접근하면서 서구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었다. 그러자 서구는 탁심광장 시위에 재빠르게 개입해 이것을 세속적 민주주의와 이슬람주의 독재의 대립이라고 규정하고 부추기면서 에르도안 정권의 퇴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서구가 규정하는 대로 선거로 선출된 에르도안 정권이 이슬람주의 독재정권이 맞다면 쿠데타로 집권한 이집트 현 군사정부는 더더욱 독재정권으로 규정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구가 진정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받들어서 에르도안 정권의 퇴진을 주장한다면, 그들은 지금 당장 이집트 군사 쿠데타 정권의 즉각 퇴진을 요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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