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대한주택보증지부(위원장 이흥식)는 ‘조합원의 저녁 있는 삶’을 올해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지난해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체결한 피시오프(PC-OFF)제의 연내 정착이 주요 목표다. 야근을 없애기 위해 일과 시간이 끝나면 개인용 컴퓨터(PC)를 끄자(OFF)는 것이 피시오프제의 취지다.

대한주택보증이 인력충원 없이 단기실적을 높이는 공격적 경영을 하면서 조합원의 노동강도는 꾸준히 강화됐다. 정부 경영평가를 겨냥한 각종 위원회 운영·전시성 행사·잦은 회의·개인보증상품 출시로 조합원의 피로도 역시 누적됐다는 것이 지부의 설명이다. 성과주의 확산과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으로 공동체적 조직문화가 무너지고 조합원이 개별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부가 제시한 해법은 워크 다이어트(Work Diet)다. 피시오프제의 안정적 운영과 함께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인다면 ‘조합원의 저녁 있는 삶’이라는 목표 실현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대외적으로는 다른 공기업노조들과 함께 노정교섭 창구를 만드는 투쟁에 나서고 있다. 성과주의·경영평가·예산편성지침에 대한 폐지·개선은 모든 공기업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흥식<사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보증시장 개방과 대한주택보증 민영화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다른 기관과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막아 냈다”며 “두 번의 인력감축으로 노동조건이 악화된 만큼 피시오프제 정착과 인력충원,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 민영화 저지 등 굵직한 투쟁을 전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MB정부가 2008년 제3차 선진화계획을 밝히면서 보증시장 개방과 대한주택보증 민영화를 추진했다. 민영화 추진반이 구성되고 매각주간사가 선정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국회와 주택협회·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보증시장 개방과 민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보증보험과 같은 보증기관들이 연대해 기자회견·공청회를 진행하면서 맞섰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택보증의 중요성이 커졌고 민영화는 2015년까지 유보됐다.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 성과연봉제 도입 등 불씨는 여전한데.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보직자(간부직) 성과연봉제가 강제로 도입됐다. 노조가 싸우지 않으면 조합원들까지도 성과연봉제를 적용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보직자들과 함께 싸우면서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런데 소송의 원고가 돼야 할 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한 법적 싸움을 지속하기를 어려워한다. 정부가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 도입을 막기 위한 대정부 투쟁이자 보직자를 위한 조합원의 연대투쟁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 인력감축과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으로 노동조건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둘 다 효과적으로 막지는 못했다. 다만 인력감축은 두 번의 자발적 명예퇴직으로,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은 퇴출이 아닌 교육에 방점을 두는 제도로 완화했다.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은 지금도 폐지가 목표다. 노동조건 악화의 주범은 정부의 경영평가다. 정부 경영평가가 폐지되거나 대폭 개선돼야 한다. 노조는 지난해 단체협약으로 체결한 피시오프제 정착과 인력충원, 불필요한 일 줄이기를 위해 노력 중이다.”

- 재선 위원장으로 조합원 체감형 사업을 공약했는데.

“공약사항 점검표를 만들어 대의원대회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재선을 하고 1년 남짓 지났다. 인사제도 개선과 2015년 본사 지방(부산) 이전 관련 주택·교육문제 해결, 교육사업까지 공약의 절반 정도를 이행했다. 임기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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