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불법파견 논란이 유통·서비스업으로도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재벌기업 이마트에 이어 삼성전자서비스까지 불법파견이 확인되거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는 결국 불법파견 노동자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결정타는 삼성전자서비스였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른바 ‘바지 사장’(협력업체)을 내세워 삼성전자서비스센터를 위장도급을 해 왔다는 의혹이 터졌다. 전국 100여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는 6천~1만명의 협력업체 내·외근 서비스기사가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서비스기사들은 지난 14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설립했다. 이들의 근로자지위소송 제기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논란은 법정으로 옮겨 갈 예정이다.

이 밖에 삼성전자서비스 동일업계인 LG전자서비스와 동부대우전자서비스 역시 불법파견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상황이다. 또한 현대백화점에선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증거를 없애기 위한 용의주도한 예행연습까지 한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 등이 철탑에 올라간 지 270일을 넘겼다. 20일 100여대의 희망버스가 울산으로 향한다고 한다. 제조업은 물론 유통·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으로 번져가는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놔야 할까.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 직접고용이 답이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의 일처럼 중요한 업무를 외주화하지 않고 직접고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과 같은 현장의 서비스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도급업체가 근로기준법 등을 지키고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다른 서비스업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삼성전자서비스만 보더라도 노동시간이 길고 임금수준이 아주 낮다.

업종 특성상 영업시간이 길고 인력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간접고용 비율이 높은 것도 주 원인이다. 철강과 조선업종을 제외하고는 전 산업 중 최고라고 알고 있다.

외주화의 합법성 여부에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한도 이상의 최장시간노동과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서비스는 물론 서비스업 노동자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임금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정부 책임방기로 간접고용 확산, 법으로 규제해야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 사회에서 파견·용역·위탁·도급으로 표현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불법적인 착취 구조가 그 몸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올해 초 유통 재벌기업인 이마트가 도급사원 1만여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하고, 호텔 룸메이드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정규직으로 복직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서비스 업종에도 불법파견이 만연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이 그간 방조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산업 내 존재하는 업종과 직종의 다양성만큼 탈법적인 간접고용으로 인한 문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음에도 정권과 자본은 이런 행위를 은밀하게 숨기고 감춰 왔다. 간접고용은 더 이상 특종 업종에 한정된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특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대부분 미조직 노동자들로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다. 서비스연맹을 비롯한 노동계의 공동대응이 필요한 부문이다. 노동계가 질 낮은 일자리인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공대위를 구성하고 공동활동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정부 또한 간접고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관련 법을 개정해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는 기업의 불·탈법 행위를 막아야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입법 제정 서둘러야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비단 삼성전자서비스센터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인건비를 절감하고 노무관리를 피하기 위해 간접고용하거나 외주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비롯해 법원에서는 불법파견이 확인될 경우 직접고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법에도 못 박아야 한다. 파견법에 도급과 파견의 구분 기준을 명시하고, 상시지속적 업무는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그래야만 불법파견 문제를 종결시킬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부각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10년 전 3만명이던 기흥공장 생산직 종사자수를 현재 100분의 1 규모인 300명으로 줄였다.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이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고 직접적인 노무관리를 피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모두 외주화했다. 그 결과 삼성의 자랑이었던 '안전'에도 구멍이 났다. 안전관리 업무까지 외주화하면서 불산누출 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불법파견은 소비자에게는 질 하락을, 노동자에게는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착취로 귀결되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

파견노동자에 대한 보호입법 제정과 함께 법의 사각지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간접고용 노동자를 조직화해 단체교섭으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노력을 펼칠 것이다.

간접고용 통제 가능한 포괄적 대안이 요구된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리나라 간접고용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도달해 있다. 과거 간접고용 문제는 노동집약적 제조업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전 산업으로 확산돼 버린 형국이다.

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다. 간접고용의 폐해에 관해서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전국에 퍼져 있는 노동자들이 SNS 등을 통해 의지를 모아 노조로 뭉치는 과정을 봤다. 실제 노조 출범식에서 만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가장 바라고 있는 점은 인간다운 대우였다. 간접고용 과정에서 나타난 인격적 차별과 인권침해·법률위반·저임금·장시간근로 등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간접고용은 고용과 사용이 분리돼 고용에 따른 법적 책임을 회피하면서 제한 없이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일자리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위험성이 높은 고용형태다. 우리 노동법이 정한 직접고용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같은 고용형태의 엄격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각 사안별로 접근해 왔던 문제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간접고용의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결방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러한 위법한 고용형태를 양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윤리적 책임감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간접고용이 미치는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 못하면서 반대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적 방식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고용에 관한 사회적 인식 자체를 바꾸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간접고용에 대한 통제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불법파견 칼날 피할 매뉴얼 갖춰가는 경영계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이마트 사건을 보면 노동부에서 위장도급 실태점검을 나왔을 때 어떻게 피해갈지 컨설팅을 받아서 매뉴얼로 정리하지 않았나. 이는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제조업은 물론 유통업계까지 위장도급·불법파견의 칼날을 피해가기 위해 대응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현행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사실상의 위장도급을 진성도급의 외피로 가리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이 이미 수많은 기업에 고착화됐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법적 규제를 통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을 완전히 금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법인을 분리하는 식으로 법의 허점을 피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처럼 생산라인을 분리시키는 상황에서 법적 규제는 한계가 있다.

법적 규제를 강화할 경우 중소사업장에서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이 근절될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관행화된 중소사업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간접고용 관련 투쟁들이 대기업 사내하청에 집중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기업이라면 간접고용이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는 순간 노동자들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노조를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으로 문제의 소지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이미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부터 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해당 노조가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산업적 표준을 잡고 노동조건의 가이드라인을 높이는 방식이 더욱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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