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삼성전자서비스는 형식적으로는 삼성전자와 별개의 회사다.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와중인 98년 10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서비스사업부를 분리해 삼성전자서비스(주)를 세웠다. 정리해고제·파견근로제가 법제화되자 당시 제조업 기업들 상당수가 해고와 외주화를 쉽게 할 목적으로 서비스부문과 판매부문 등을 분리해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별도법인을 설립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설립목적에 충실했다. 98년부터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매출액은 99년 2천539억원에서 지난해 1조681억원으로 4.2배가 늘어났지만 고용인원은 2천여명에서 1천400여명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서비스 증가는 오로지 외주화를 통해서만 대응했다는 이야기다. 금속노조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1만명 가까운 노동자가 간접고용 돼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A/S 비용을 이중도급을 통해 최소화했다. 첫 번째 도급은 삼성전자서비스 자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법인이지만 사실 삼성전자의 서비스사업부로 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99%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고, 매출은 오로지 삼성전자와 관련해서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서비스는 매출의 60%를 삼성전자로부터 얻고 있으며, 토지와 건물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삼성전자와 29건의 부동산임차계약만 맺고 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서비스라는 회사는 껍데기만 존재하는 회사란 것이다.

두 번째 도급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다시 한 번 A/S업무 대부분을 외주화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17개 업체에 수리업무를 도급했다. 하지만 도급업체 사장이 직접 증언했듯이 이는 뻔한 위장도급이다. 모든 도급업체 노동자들을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관리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물론 실적보고와 대책서까지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받았다. 결국 삼성전자는 서비스업무의 대부분이라 할 수리업무를 삼성전자서비스를 통해서 한 번, 그리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을 통해 두 번 외주화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 낸 이중의 외주화를 통해 삼성전자는 어떻게 이득을 얻고 있을까.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4천억원을 소비자로부터 받았고, 6천억원을 삼성전자로부터 받았다. 삼성전자가 지불한 돈은 품질보증기간 발생한 A/S 비용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렇게 받은 돈 중 3천300억원을 도급업체들에게 서비스 대행료로 지불했다. 도급업체들이 떼어 가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1만여명의 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인건비로 1인당 평균 연 3천만원이 안 되는 돈이 지불된 것이다. 간접고용된 서비스기사들이 수리 중에 추가로 발생한 각종 비용을 자비로 부담한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 임금은 연 2천500만원(월 200만원 내외) 미만일 것이다. 이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밝힌 임금실태와도 맞아떨어진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연 8천7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1천417명의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들은 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수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보다 3.5배나 많은 액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들 다수의 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며 얻는 이득은 만약 이들 노동자들이 같은 액수의 평균임금을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1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근속연수 등을 감안해 현실적으로 계산해도 수천억원 규모일 것이다.

삼성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요구한 직접고용 요구에 대해 별다른 대답을 하고 있지 않다. 조금 잠잠해지면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조합원에 대한 협박과 회유로 노조를 와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법원 소송이야 길게 끌면 5년 이상도 가니 그동안 갖은 방법으로 노조를 손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삼성의 지긋지긋한 무노조 경영전략은 지금까지 수차례 이런 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가 자신의 계열사와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에게만 아니라 한국 전자산업 전체에 삼성식 수탈을 구조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바뀌어야 한국의 산업체계도 노동이 대우받는 구조로 바뀐다. 시민들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지켜 줘야 한다. 조합원들이 노조를 지키고, 당당히 삼성전자(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하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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