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공인노무사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변경된 타임오프 한도와 타임오프 적용매뉴얼을 재고시했다.

타임오프 한도는 기존 조합원 50명 미만인 사업장에서 적용되던 1천시간의 한도가 2천시간으로 변경된 것과 1천명 이상의 전국에 분포돼 있는 사업장의 경우 조합원의 지역별(광역자치단체) 분포에 따라 10% 내지 30%의 가산율이 적용되는 내용을 골자로 변경 고시됐다.(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31호)

또한 고용노동부의 타임오프 적용매뉴얼은 면제한도를 사용함에 있어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 업무 확대 △상급단체 파견활동으로 사용가능 △쟁의행위 준비기간도 업무에 포함 △근로시간면제를 지정받지 않은 자의 조합활동 확대 △근로시간면제 사용인원의 명단 통보방법 자율화 △근로시간면제자 정의규정 삭제 등의 내용으로 변경됐다.(고용노동부, 2013.7)

이달 1일을 기점으로 바뀐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이제 유급전임자를 만들 수 있으니 잘된 일이라고 할 것인가. 노동부 타임오프 적용매뉴얼의 극히 일부분이 바뀌었으니 노조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고 박수를 칠 것인가.

지난 3년간 타임오프 제도로 인해 현장의 노조활동은 극도로 위축돼 왔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사용계획서’를 사전에 제출해 심의를 받지 않으면 타임오프 적용을 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사업주, 쟁의행위를 준비하는 것은 ‘건전한 노사관계 업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노조간부들의 급여를 공제한 사업주….

제도와 매뉴얼을 매개로 한 사측의 탄압에 의해 현장에서 어렵게 쌓아 온 그간의 노동관행은 쉽게 무너졌고, 결과는 사용자의 압도적인 ‘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 고용노동부사무원지부는 교섭 중 사용자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전달한 문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문서에 따르면 지부의 1년간의 노조활동 계획을 사용자가 이미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단협 교섭은 연간 최대 10회, 노사협의회는 분기별 1회, 대의원회는 연간 1회, 운영위원회는 연간 3회 등 교섭뿐만 아니라 노조의 고유한 회의와 고충처리 횟수까지 미리 정하고 나서야 타임오프 한도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지부의 법정 한도시간은 4천시간이지만 서울노동청의 제시안은 904시간에 그치고 있다. 지부 조합원들이 전국 49개 (지)청에 흩어져 근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타임오프 제도는 전임자급여 지원 가부를 넘어 노조탄압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만약 올해 타임오프 한도와 매뉴얼이 전폭적으로 수정됐더라도, 제도가 가지고 있는 특성상 노사 간의 관계에서 사측으로 힘을 실어 주는 구조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임오프 제도에 관해 국제노동기구(ILO)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는 입법적 관여사항이 아니므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관련규정을 폐지할 것을 우리 정부에 수차례 권고했다. “전임자 임금지급에 관해 자유롭고 자발적인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타임오프 제도가 실제로 헌법상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침해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도의 수정이 아닌 전면폐지에 대한 검토와 공동투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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