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체계적인 경주마 관리를 위해서는 마필관리사 충원이 필수적입니다."

강태종(50·사진)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제주경마공원지부장은 인력충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제주경마공원에는 100명의 마필관리사들이 있다.

경마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마필관리사 1명이 말 2마리를 담당하는 반면 제주경마공원은 평균 5.5마리를 돌본다. 한국마사회가 약속한 '1인 5두'보다 0.5마리를 더 훈련시키고 있는 셈이다. 제주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은 '1인 4두'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에서는 '1인 3두'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 경주마들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한라마들은 3개월에 한 번씩 체고검사를 합니다. 신장이 137센티미터가 넘으면 더 이상 경주를 할 수가 없습니다. 경마공원에서 퇴소하는 말만큼 새로 들어오는 신마들을 순치(사물에 대한 공포심 없이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하려면 굉장히 손이 많이 갑니다. 순치 과정에서 사고도 많이 나죠."

목장에서 풀어놓고 키워 야생마와 다름없는 한라마들을 경주마로 길들이려면 마필관리사 1명당 말 5마리를 돌보는 현 구조로는 힘들다는 얘기다.

한라마는 제주 토종말인 조랑말과 혈통적으로 경주마인 더러브렛의 교배종이다. 경주에 출주하는 한라마의 체고는 137센티미터로 제한돼 있다. 3개월마다 체고검사를 한다.

입·퇴소가 잦은 한라마들을 순치시키는 과정에서 산재사고 또한 잦다. 2011년 3월에는 마필관리사 반아무개씨가 흥분한 신마에 몸이 끼이면서 흉부압박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력 21년의 베테랑 마필관리사인 강태종 지부장도 경주마 주행운동을 시키다 낙마해 팔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수개월간 병원신세를 졌다. 강 지부장은 "최근에도 마필관리사 대여섯 명이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이어지자 마사회는 한라마 경주를 차츰 줄이고, 2020년까지 100% 제주마 경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주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은 조교사들과 개별적으로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만 같은 시스템인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에 비해선 비교적 고용이 안정돼 있다. 2008년 고용안정을 촉구하며 투쟁한 성과다.

"6년 전까지만 해도 고용불안이 심했죠. 조교사 개별고용 형태니까요. 예를 들어 조교사가 부정경마로 해고되면 그 조교사와 계약을 맺은 마필관리사도 직장을 잃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에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싸우면서 조교사 귀책사유인 경우 새로 오는 조교사와 근로계약을 맺도록 제도를 바꿔 냈습니다."

지부의 성과는 또 있다. 2000년 지부 설립 이후 경쟁성 상금을 줄이기 위해 35일간 파업을 벌여 당시 7:3 비율이던 경쟁성 상금과 비경쟁성 상금을 5:5로 맞췄다. 현재는 3:7로 뒤바뀌었다.

"파업 당시만 해도 못 버는 마방은 한 달에 50만~60만원을 받고, 잘되는 마방은 250만원까지 받았습니다. 마방에 따라 마필관리사들의 임금격차가 심했죠. 지부장을 세 번 하는 내내 투쟁을 계속한 이유입니다. 지금은 조합원들의 생활이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강 지부장은 "마필관리사들이 행복해야 경마산업도 발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들의 학비를 보조해 주고 사원아파트와 같은 복지혜택을 늘려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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