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18일 민주노총 위원장-사무총장 선거가 진행된다. 출마한 3개 후보조는 서울지역만 제외하고 전국 각지에서 합동유세를 마무리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민주노총 위기 원인과 대책, 정치방침에서 시각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갑용·채규정·신승철(기호 순) 위원장 후보를 만났다.<편집자> 

지난 12일 오전 서울 당산동 좌파노동자회 사무실에서 만난 기호 1번 이갑용(54·사진) 위원장 후보는 “민주주의와 투쟁이 사라진 민주노총을 바꾸기 위해 재출마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민주노총의 투쟁력 복원을 위해 각 정파별로 투쟁계획을 약속하고 평가받는 ‘투쟁명부제’ 실시를 제안했다.

70여곳에 이르는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해당 사업장 간부들에게 민주노총 중앙간부 직함을 주고 투쟁을 주도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정치방침과 관련해서는 상대 후보의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와 연합정당론을 비판하면서 “특정정당과 정치인에게 기대지 말고 노동자 중심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올해 2월부터 장기간 선거를 치렀는데. 민주노총 위기에 대한 분석이 변한 게 있나.

“내부의 문제를 명쾌하게 알게 됐다. 지난 선거에서 내부 진단에 주력했는데 이제야 된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노총을 장악하고 패권을 행사한 기호 2번 채규정 후보측은 잘못한 게 없다고 하면서 또 나왔다. 18일 선거에서 대의원들이 심판할 것이다. 역시 10년간 민주노총 지도부 세력이었던 기호 3번 신승철 후보는 잘못된 것까지 끌어안고 가자고 한다. 그건 아니다. 잘못된 것은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철저히 반성하고 대안을 찾아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잘못된 것에 대한 대책은 변한 게 있나.

“거의 없다.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지지한 대선후보들은 노동자 후보가 아니었다. 그 사람들과 함께할 순 없다. 그래서 민주노총 내에서 노동자 중심성을 되찾자는 것이다. 기호 2번은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자고 한다. 기호 3번은 (연합정당을 통해) 끌어안고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투쟁으로 돌파하고 정치인에게 기대는 행위는 그만해야 한다. 우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라도 만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정리해고를 없앤다면 칭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하고 견제해야 한다. 정당에 종속되지 말자는 것이다.”

- 재출마한 것과 관련해 부정적 시선이 있는데.

“세 번째 나왔다고 공격을 받고 있다. 규약과 규정상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면 나오지도 않았다. 문제가 없으니 출마한 것이다. 다른 후보들은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장을 뽑지 못한) 앞의 상황을 이해하고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재선거가 아니라 재투표다. 전직 위원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호 2·3번은) 석 달 전에 후보로 나왔어야 했다. 나는 민주주의와 투쟁력이 사라진 민주노총을 바꾸려고 출마했다. 그러면 휼륭하다고 말해 줘야 한다. 다른 후보들은 정파적으로 계산한 뒤 이제야 당선될 것 같으니까 나온 것이다. 겨우 판을 만들었는데, 가만있다가 끼어든 것이다.”

- 합동정책토론회에서 ‘좌파노총’을 따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좌파노총은 투쟁하고 좌파적 가치를 가진 민주노총을 만들자는 뜻이다. 지난해 좌파노동자회에서 민주노총 혁신에 대해 토론했다. 당시 좌파노총을 따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민주노총을 바꾸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임원직선제 투쟁을 한 것이다. 저쪽(다른 후보들)에서 우파색채를 씌웠으니 계급투쟁을 하자는 얘기다.”

- 당선된다면 1년6개월 동안 주력할 부분은.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많은 역할을 하진 못할 것이다. 짧은 임기 때문이다. 각 산별연맹은 각자 준비한 대로 투쟁과 사업을 하고 있다. 총연맹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산별연맹 없이는 투쟁을 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투쟁계획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몇 달 동안 준비해서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싸움을 하고, 내년 직선제를 위해 예산을 준비하는 정도가 올해 하반기에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차근차근 해야 할 것은 민주노총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다. 그동안 잘못된 것들을 정리하고, 계급성을 복원하고, 직선제를 준비할 생각이다. 자본과 권력은 물론이고 시민단체까지 우습게 보는 민주노총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 위원장에 당선된다면 산별연맹과 사업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데.

“총연맹이 산별연맹들에게 ‘이런 거 하시오’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공개토론을 해야 한다. 연맹들과 공개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욕도 하면서 민주노총이 바뀔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진척이 있다. 각 연맹에서 정책실장들이 다 나와서 민주노총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진단이 되면 그걸 토대로 개선책을 찾기 위해 연맹 위원장들과 인간적으로 풀건 풀 것이다. 토론은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 투쟁력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데. 방안이 있나.

“투쟁명부제를 실시해야 한다. 각 정파가 모여 공개토론을 한 뒤 투쟁에서 어느 정도 동원을 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말로만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은 안 된다. 민주노총이 벌인 판에서 검증받는 투쟁을 해야 한다. 좌파라면 어떻게 투쟁에 복무할 것인지 얘기해야 한다. 우파들은 자기들이 투쟁을 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했는지 보여 달라 이거다. 투쟁을 하고 난 뒤에 다음 선거에 나오든지 말든지 하라는 거다. 그래야 민주노총이 살아난다.”

- 미조직 노동자와 아르바이트 조직을 위한 전략기구 설치를 공약했다.

“좌파노동자회에서 알바연대를 지원하고 있다. 노조로의 전환 문제와 투쟁방향을 제시해 왔다. 알바노동자뿐 아니라 돌봄노동자·실업자의 노조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좌파노동자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주노총 사업으로 가져와야 한다. 민주노총 사무실에 그들에게 공간을 주고 움직이게 해 줘야 한다.”

- 장기투쟁 사업장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직함을 주자고 했는데.

“예컨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대외협력이나 조직담당자에게 민주노총 직함을 준다고 해 보자. 그들이 민주노총 회의구조 내에 들어오게 되면서 투쟁을 진두지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연석회의나 대책위처럼 밖에서 돌지 말라는 얘기다. 이렇게 하면 인력이 부족한 사무총국에서 증원 방편이 될 수 있다. 사무총국 인원이 500명 이상 되도록 만들 계획이다.”

- 사무총국 순환보직제를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민주노총은 최근 사무총국을 개편했다.

“민주노총이 사무총국을 개편할 때는 4월23일 선거 투표함 공개를 위한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 당선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무총국을 개편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책토론회에서 기호 2번측이 '기호 3번 당선을 염두에 둔 개편 아니냐'고 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기호 2번측은 지도부와 임기를 함께하는 사무총국 정무제를 말한다. 그러나 지금 사무총국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해고하나. 결국 현행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현재 사무총국은 임원직선제와 투쟁에 대한 확신이 없다. 중앙과 지역본부가 순환근무제를 실시해야 한다. 철저하게 현장에서 움직이고 검증받으면 살아남는 것이고 못 견디면 떠나는 것이다. 정파운동을 하려면 정파조직으로 가면 된다.”

-----------
이갑용 위원장 후보는
90년 현대중공업노조의 골리앗투쟁을 주도했다.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제2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 후보로 울산 동구청장에 당선됐다. 울산 동구청장 재직 시절 공무원노조 파업 참가자들을 징계하라는 정부 방침을 거부해 직무정지를 당했다. 올해 2월 7대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출마했다가 투표성원 부족으로 선거무산이 선언되자 재출마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