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의 부당인사와 평가 등 불공정 노무관리에 홀로 울며 희생을 감내했던 노동자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겠습니다."

정도영(46·사진) 한화갤러리아노조 위원장의 취임일성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청 근처 한 카페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노조활동을 통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불공정·불합리한 각종 인사평가를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로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창립 37년 만에 노조가 설립됐다. 한화갤러리아 백화점은 업계 빅5 중 5위다. 전국에 6개 매장을 갖고 있다. 영업관리·캐셔·판매에 종사하는 정규직 1천400여명이 가입대상이다. 14일 기준으로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300여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인력감축을 단행해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전에 있는 한화갤러리아 동백점 매각 추진에 따른 구조조정설도 나돌면서 노동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동백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신분보장을 위해 사측과 대화에 나서겠다"며 "사측이 일방적으로 무연고 지역으로 부당발령을 내거나 감원을 단행할 경우 강력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측은 매년 봄마다 경영상 위기가 아님에도 40~50명을 구조조정했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에게 주차관리 등의 업무를 맡겨 자진퇴사를 종용해 왔다"며 "노조가 없어 홀로 희생을 감내해 왔던 노동자들의 불만이 노조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신용관리팀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정 위원장은 최근 퇴근 후 노조간부들과 전국을 돌며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 찜찔방에서 하루 4시간 눈을 붙이며, 주말도 없이 조합원을 만나기 위한 강행군을 이어 가고 있다.

그는 "그간 노조가 없어 후배들을 볼 때면 선배로서 미안함과 부끄러운 마음이 적지 않았다"면서 "이름 모를 조합원들의 기대와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웃었다.

직급이 낮은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문제도 노조가 풀어야 할 과제다. 노조에 따르면 판매전문직처럼 소비자와 대면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을 웃도는 저임금에 시달린다. 이들은 계산전문직·판매전문직과 같은 '전문직' 직함을 달고 있지만, 사측으로부터 받는 처우는 정반대라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정 위원장은 "현장 최전선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복리후생 제도하에 일하면서 성과급마저 적게 받는 이중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1%의 상급자들과 성과급 규모가 최대 20배 가까이 벌어져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화점업계에서 매출 압박으로 여직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직원 자살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갤러리아 백화점 직원들도 고객평가단의 서비스모니터링 실시로 적지 않은 인권침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서비스모니터링 폐지를 사측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회사에 요구하는 내용을 종합하면 '상식'으로 요약된다. 정 위원장은 "사측에 없는 것을 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합리적 기준 없는 등급평가와 불공정한 노무관리, 구조조정을 노사 모두가 상식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노조가 수십년 묵묵히 소리 없이 일하다 사측으로부터 팽을 당한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곳이 됐으면 한다"며 "노조 설립을 통해 37년간 잃어버렸던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아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만드는 데 주춧돌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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