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만난 기호 3번 신승철(49·사진) 위원장 후보는 “분열과 패권을 막고 민주노총을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노총 의결기구가 유명무실화됐다”며 “공식회의 전에 충분한 토론회와 간담회를 갖고 대립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선된다면 먼저 마음을 열고 다른 입장을 가진 쪽과 대화를 해서 통합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안 투쟁과 관련해서는 “70여개 현안사업장 간 공동투쟁과 민영화 저지투쟁, 노동기본권 투쟁을 시기별로 집중해서 투쟁선전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신 후보는 정치방침에 대해서는 기존 진보정당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공동의제에 대응하는 ‘연합정당론’을 펼쳤다.

- 위원장에 출마하게 된 이유는. 상대 후보들이 급조됐다고 하는데.

“급하게 추진된 건 맞지만 뜬금없는 결정은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출마를 권유받았다. 통합후보가 나온다면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첫 선거에서 이갑용 후보가 나왔고, 백석근 후보가 의견그룹과 산별대표자들의 지지로 출마했다. 하지만 결과는 파행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좌파적 경향을 지닌 다른 분이 (통합후보로) 얘기돼 왔지만 잘 안 됐다. 그런 뒤 이갑용 후보가 다시 출마하고 전국회의도 후보를 냈다. 주위에서 ‘이건 아니다’는 의견이 들어왔다. 그래서 산별대표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나에게 결단하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양극단을 극복하는 통합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동의했다.”

- 공조직 중심의 운영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쪽은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중조직에 관철시키려 한다. 다른 한쪽은 나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선명성만 내세운다. 공조직이 결정해도 자기 의견그룹이 동의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공조직은 회의에서 결정만 하지, 실제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결정을 수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정의 이해관계가 관철돼 결정이 되면 나머지는 명분에 동의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공조직 회의가 끝나면 자기네 편끼리 모여서 회의 결정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먼저 판단한다. 그리고 집행 여부를 결정한다. 공조직 의결기구의 결정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부끄러운 모습이다.”

- 민주노총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해결방안이 있나.

“의견그룹의 배타성을 줄이고 의결기구로 끌어들이는 것이 통합력이다. 중앙집행위원회 등을 하기 전에 토론회나 간담회를 해야 한다. 함께 인식하고 함께할 수 있는 작업을 병행하지 못하면 항상 대립만 하게 된다. 임성규 집행부 시절에 지역본부장·산별대표자 간담회와 정파 간 대화를 많이 했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공조직 중심의 운영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운영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총연맹 위원장이 자기 편한 사람하고만 얘기하면 안 된다. 그러면 총연맹 위원장 또한 정파로 굳어지게 된다. 생각이 다른 사람하고도 말을 해야 한다. 내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마음을 먼저 여는 것, 그게 통합력의 바탕이 된다.”

- 총연맹·산별연맹·지역본부의 위상을 정립하겠다고 했는데.

“산별연맹의 역할은 분명하다. 현안투쟁이나 산별의제 해결은 산별연맹이 하는 게 맞다. 지역본부는 미조직 조직화사업이나 정치세력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규모가 큰 산별연맹은 현안투쟁을 열심히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연맹의 현안은 지역본부로 몰려간다. 현안투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지역본부의 일상사업이 없어지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지역본부는 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다. 지역본부가 미조직사업과 정치세력화 사업에 집중하되, 현안투쟁은 당분간 지역본부와 산별연맹이 서로 보완해야 한다.

지역본부 강화를 위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설정할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가 밀집된 곳은 이주노동자가 조직화사업에 집중하거나, 지역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생활협동조합사업 등을 해야 한다. 사업이 공장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일부 지역본부나 의견그룹에서 모범사례가 있다. 총연맹은 이런 것들을 점검하고 전파해야 한다.”

- 투쟁사업장 현안을 해결할 대책은.

“민주노총이 신뢰를 보여 줘야 한다. 자기 사업장의 문제를 쟁점화할 수 있다는 신뢰 말이다. 쌍용차 정리해고나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비교적 사회쟁점화하고 연대도 된다. 진짜 어려운 곳은 소수가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70여개 사업장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협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기 투쟁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70여개 사업장을 순회하면서 품앗이 투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집중할 수 있고 쟁점화된다. 하반기에 중요한 사업은 철도·가스 민영화 저지 등 공공성 투쟁과 공무원노조·전교조·특수고용직 등 노동기본권 확보투쟁이다. 8~9월 국회 투쟁에 집중하면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전후해 다시 집중하는 시기가 온다. 자기 투쟁만 고민하지 말고 의제별·시기별로 집중하면서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 임원직선제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대의원대회에서 두 번이나 결의한 사안이다. 집행하는 일만 남았다. 선거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면 모바일 투표나 정당의 지역순회 선거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아니면 직선제가 정착할 때까지 당분간 (경쟁과열을 막기 위해) 통합력을 발휘할 후보단일화도 고려할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전국적 선거로 치러지면서 단위노조까지 정파 간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 사회적 대화나 노사정 대화에 참여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

“대화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다만 조직적 동의절차와 토론이 필요하다. 대화를 요청하는 쪽에서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동의하거나 결단하면 다 되는 줄 안다. 내부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철도와 가스 문제 등 사회공공성 투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정대화는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는 (정부와 사용자 등) 가진 사람들이 먼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신뢰를 심어 줘야 한다.”

-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고민하고 있나.

“사안별 연대는 할 것이다. 내부에서 동의가 된다면 전체 노동자와 관련한 의제나 법 개정에 대한 연대를 할 것이다. 그러나 목적의식적으로 연대를 만들어 가기에는 양측의 색깔이 너무 분명하다. 한국노총이 연대를 하다가도 현실적 판단이 너무 빠른 조직이다 보니 민주노총 내부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 정치방침과 관련해 연합정당을 얘기하는데.

“단계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모두 갈라졌고 스스로 모두 진보라 말한다. 당의 분열이 노동자들의 분열을 가져왔다. 개인적인 견해인데, 기존 정당을 모두 인정하자는 것이다. 당을 해소해 통합하자는 게 아니다. 공동의제를 설정해서 커다란 진보연합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공동의제는 함께하고 각자 의제는 따로 하는 것이다. 외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다. 대중들은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상층이 갈라지면서 대중도 갈라졌다. 상층의 논리로 다시 합치자고 하면 대중들은 어떻게 볼 것 같은가. 야합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처럼 민주노총이 각자 입장을 가지고 당의 분열에 뛰어들면 안 된다. 민주노총이 대중적 힘으로 중간지대를 형성해 각 당이 내부에서 논의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당의 분열이 민주노총 내부까지 흔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최근 민주노총 사무총국이 개편됐는데.

“현 체계를 유지하냐 바꾸냐를 지금 말할 순 없다. 다른 후보가 정무직화를 말하는데, 원래 집행부가 바뀌면 주요 간부들이 알아서 사임하는 것은 일종의 매너였다. 정파활동가들이 대중조직 간부로서 자기결의를 먼저 해야 한다. 설득도 하고 조직적 변화를 줬는데도 정파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하면 뿌리를 뽑아야 한다. 관료화가 문제 된다면 간부 스스로 활동가인지 직장인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임원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지역본부 순환근무제는 지금껏 시도를 안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돈·생활거주지 문제 등에서 한계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사무총국 간부가 대중조직 간부와 활동가로서 자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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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위원장 후보는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소속이다. 91년 기아차노조 비상대책위원회 파업으로 해고·구속됐다. 99년 기아차노조 위원장을 거쳐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두 차례 지냈다.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역임했다. 사무총장 시절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민주노총 내부갈등을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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