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사무실에서 만난 기호 2번 채규정(52·사진) 위원장 후보는 임기 동안 반드시 실시할 사업으로 내년 12월로 예정된 임원직선제와 철도 민영화 저지투쟁을 꼽았다.

채 후보는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관련해서는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배타적 지지’를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을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어떤 정당이 맞는지 토론하고 정리해서 하나의 정당으로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최근 사무총국을 개편한 것과 관련해서는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내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 산별연맹 설립과 지역본부 직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 현실에 맞게 산별구획을 다시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채 후보는 한국노총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검토하되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노사정 대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 민주노총 위원장에 출마한 배경은.

“80만 조합원이 하나가 되는 민주노총을 세우기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해 나왔다. (선거무산으로 자격이 없는) 이갑용 후보가 무조건 출마했고 통합후보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선거에서는 (지도부 통합을 위해) 불출마했는데, 조정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선과 정책을 선명히 제시하고 조합원들의 판단을 묻는 것이 민주노총의 앞길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자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26년 동안 생산현장에서 컨베이어를 탔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열심히 투쟁하고 조직한다. 그런데 민주노총 상층 일부, 역대 위원장들이 걸어온 길은 어떠한가. 그 길을 가지 않겠다. 정면으로 돌파하겠다. 그래야 80만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애정을 가지고 사랑하지 않겠나. 발로 뛰어다니겠다.”

- 당선된다면 임기 중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임기가 짧아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대의원대회에서 내년 12월에 임원직선제를 실시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고 한다. 반드시 집행할 것이다. 철도 민영화 저지투쟁을 조직해서 박근혜 정부와 투쟁전선을 형성하겠다. 그리고 장기투쟁 사업장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철도 민영화 저지투쟁에서 이기면 그 분위기가 현안 사업장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 임원직선제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활동하지 않고 있는 직선제추진팀을 재가동하겠다. 왜 안 되는지, 왜 어려운지 안다. 문제점들은 이미 나와 있다. 선거인명부가 취합되지 않고 재정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실질적으로 해결하겠다. 산별연맹을 만나 설득하겠다.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산별노조의 직선제 경험을 활용하겠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산별연맹·단위노조 위원장들이 결심하면 될 것이다.”

- 통합진보당 중심의 배타적 지지를 강조하는데. 민주노총을 다시 분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노동자에게는 정당이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정당을, 진보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정당 지지의 길을 열어 주게 된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철회를 결정했다.

노조탄압과 낮은 조직률을 감안하면 노동자들은 하나의 정당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치면 된다. 최근 민주노총이 대의원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 지지정당이 없는 조합원들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이다.

노동자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을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그대로 적용하자는 게 아니다. 어떤 정당이 맞는지 토론하고 정리해서 하나의 정당으로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기호 3번 신승철 후보는 연합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을 빠져나간 쪽이 통합진보당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함께 토론할 수 있다.”

- 사무총국 정무제를 주장하는데. 최근 민주노총이 사무총국을 개편했다.

“위원장과 사무총장·사무총국 간부들이 임기를 함께해야 한다. 의견을 모아서 전원 정무직화를 추진하겠다. 사무총국 구성원들이 투쟁현장과 함께하는 관점이 필요한데 지금은 너무 수동적이다. 당선되면 관료화와 출세주의를 타파하겠다. 기존 실체계의 사무총국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책임져야 할 의제는 변하게 돼 있다. 이번에 개편된 3개 팀(노동기본권·미조직비정규·임금고용 및 사회공공성) 의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장기전략을 중심으로 사무총국 조직을 짜야 한다. 내셔널센터로서 민주노총이 해야 할 업무는 분명히 있다. 이번에 만든 팀제는 한시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직제개편은 중앙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사무총국 체계를) 재검토할 것이다.”

- 당선된다면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우선 조합원을 모으고 투쟁을 실천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으면 (연대를) 검토할 수 있다. 내부의견을 모아 필요한 정책사업을 함께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바로 함께하지는 않겠다.”

- 학교비정규직·지자체 비정규직·버스·택시 등 조직갈등 해결을 강조하는데.

“민주노총에 들어오려는 조직은 들어오라고 해야 한다. 그것마저도 막고 기존 조직도 쫓아내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민주적이고 원칙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작 80만명 조직에서 제명하고 징계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문제해결을 위해 현재 16개인 산별연맹을 17개로 늘릴 수도 있다. 다양한 업종이 모인 연맹을 임시로 둘 수 있다는 뜻이다. 16개 산별연맹은 기득권이 아니다. 기존 산별연맹에 가입할 조건이 안 되는 조직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 지역본부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기존 산별구획은 정리가 필요하다. 투쟁대상이 비슷해 함께 싸울 수 있는 조직들의 권한이 부재하다. 안 그래도 조직률이 낮은데 그들이 집결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서구의 산별방식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현실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

-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민주노총의 참가를 원하는데.

“박근혜 정권은 일방독주를 하고 있고 반노동정책을 펴고 있다. 철도 민영화와 통상임금 논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노동기본권 탄압이 대표적이다. 진정성이 없는 노사정 대화는 필요 없다. 박근혜 정권하에서는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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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정 위원장 후보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소속이다. 90년 현대중공업노조의 골리앗 투쟁 연대와 98년 현대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등으로 세 차례 구속·해고됐다. 2004년 현대차노조 전주공장 본부장을, 2008년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장을 지냈다. 현대차노조 전주본부장 시절 원·하청 연대사업을 통해 비정규직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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