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남 기자

노항래(52·사진) 진보정의당 정책위부의장이 협동조합 대표로 명함을 바꿔 들었다. "노동운동 활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이번에 또 변신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치인으로서의 문을 닫는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은 사업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4월 초 협동조합 '은빛기획'을 설립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이 이사장을 맡은 은빛기획은 노조·지방자치단체·사회단체와 함께 개인의 삶을 출판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구로구청과 함께 지역 거주 보훈공훈자 두 명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협동조합 설립은 노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과거 노조활동을 하면서 노조회보를 만들던 경험이 자산이 됐다. <매일노동뉴스>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은빛기획 사무실에서 노 대표를 만나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 협동조합을 설립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갑자기 결정된 것인가.

"3월부터 준비를 했다. 서울시로부터 협동조합으로 등록된 것은 4월이다. 갑자기 준비한 것은 아니다. 노조에서 회보를 만들 때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다. 이름이 덜 알려지거나 배움이 적다고 삶의 무게나 가치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주변 사람들과 나눠 볼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문화상품이 만들어져야 하고, 정착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일을 시작했다."

- 어떤 사업을 하나.

"어르신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고, 그들의 삶을 활자와 영상으로 만들어 주는 사업이다. 자치단체나 복지관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도 제안하고 있다.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 장례는 어떻게 치를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강연을 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노년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 핵심이다."

- 협동조합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나.

"협동조합에는 위험을 분산하고 서로 도와서 공동선을 이루자는 가치가 담겨 있다.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천호선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이백만 참여정부 청와대홍보수석 등 옛 국민참여당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협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져서 90% 가량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빛기획은 성공하는 협동조합이 될 것이다."

- 사업 전망은 어떻게 보나.

"현재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자서전은 대필이라는 방식으로 음성화돼 있다. 본인이 구술하고 작가가 책임 있게 기록해서 본인의 삶을 기록물로 남기는 사업이다. 매력적이지 않나. 자녀들의 효도선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노조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구상 중이라고 들었다.

"노동운동의 성공과 좌절이 어디에 있었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노동운동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조활동이나 몸담았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노조와 사업을 함께하고 싶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오래 일한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사업을 해 보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 정치는 그만두는 것인가.

"한동안 당직을 맡지 않고 은빛기획에 전념할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는 '나도 남들만큼 노동 문제는 잘 안다'고 말하면서 출마했다. 거기에 더해 고령화 사회를 이해하고 노년세대의 문제의식과 소통하는 사람이 된 뒤에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도전하겠다. 사업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면, 그런 기회를 닫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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