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014년 최저임금이 시간급 5천210원으로 정해졌다. 지난 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심의·의결했다. 올해 4천860원에서 7.2%가 인상됐다. 노동계는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5천910원을, 경영계는 동결인 4천860원을 각각 주장하며 맞섰다. 이날 최저임금 인상안은 노·사·공익위원 27명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4명 중 3명이 퇴장하면서 24명이 남은 상태에서 상정됐다. 사용자위원 9명도 퇴장해 남은 공익위원 9명과 노동자위원 6명(한국노총 4명·민주노총 1명·국민노총 1명) 등 15명 모두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로부터 이 같은 최저임금안을 제출받게 되면 그것을 이 나라 노동자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은 고시하게 될 것이다.

2. 최저임금. 오늘 그것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는 국가의 일이다.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에 의해서 정해야 하는 것을 특별히 임금수준이 열악한 노동자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가 직접 그 최저수준을 정하는 임금제도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2조 제1항). 최저임금법을 정해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고 있다. 사실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것이 1986년 12월31일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최저임금제를 규정한 것이 1988년이니 그보다 앞서는 것이다. 최초로 시행된 1988년 당시 고시된 최저임금은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에만 적용됐다. 1그룹(식료품 등 경공업 제조업)은 시급 462원, 2그룹(기계 등 중공업 제조업)은 시급 487원으로 고시됐다. 그 뒤 해마다 최저임금액을 고시해 시행함으로써 국가는 대한민국에서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권리로 보호해 온 셈이다. 이미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최저임금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었다. 당시 근로기준법은 “사회부는 필요에 의해 일정한 사업 또는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고, “사회부가 최저임금을 정하고저 할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었다(제34조). 이 근로기준법 규정은 1986년 12월31일 최저임금법이 제정되면서 삭제됐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제도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부터 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이 제정돼 시행되기 전까지는 사회부·노동부 등 법이 최저임금제도의 시행권한을 부여한 국가기관은 그것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제도는 30여년간 근로기준법에서 잠자다 사라졌다.

3. 이 세상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에서 최저임금을 정해서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1894년 뉴질랜드였으니 벌써 120년이다. 오늘은 120여개 나라에서 최저임금제가 시행되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 노동자권리에 관한 다른 제도와 마찬가지로 부침이 있었다. 1909년 도입한 영국에서는 1979년 대처정권에서 폐지됐다가 1997년 블레어정권에서 부활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세상에서 최저임금제도는 새로울 것이 없는 노동자권리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노동운동에서 최저임금제도는 낯설다. 무엇 때문일까.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이 대기업 정규직의 노동운동이니 그런 거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최저임금이 자신의 임금으로 정해지는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노동자·장애 노동자·비정규 노동자와는 달리 노조의 조합원은 최저임금을 직접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아니라서 최저임금 인상투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88년 처음 최저임금이 고시될 당시만 해도 그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못해서 그 적용을 받게 되는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의 노동자수의 4.2%에 불과했다. 시급 4천110원으로 정해질 2010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15.9%가 적용받게 됐다. 물론 이것은 최저임금액이 급격히 인상돼서가 아니라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수가 증가해서다. 이제 이 나라에서 최저임금은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특별한 임금제도가 아니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도한다는 금속노조 등 이 나라 노조운동에서 중소영세사업장 소속의 조합원들에게 최저임금은 자신들의 임금 수준을 정하는 데서 중요한 기준으로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낯설다. 노조운동은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상경집회하는 것으로 전개해 왔으니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서 파업 등 쟁의로 투쟁하는 것과는 현저히 다르다. 이것은 앞으로 최저임금액을 더욱 높여서 직접 적용을 받게 되는 노동자수가 증가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4. 이 나라 노조운동도 최저임금을 말한다.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산별 최저임금이 그것이다. 보건의료노조·금속노조 등 주요 산별노조들에서 그 산업 노동자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액을 사용자들에게 요구해서 산별협약으로 체결하고 있다. 올해 금속노조 6대 공동요구안을 보면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의 50%에 해당하는 시급 5천910원을 금속산업 최저임금으로 보장하며 2014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 동안 금속노조가 사용자들을 상대로 교섭과 투쟁으로 체결해낸 산별 최저임금은 2007년 3천570원(고시된 최저임금 3천480원), 2008년 3천840원(고시 3천770원), 2009년 4천80원(고시 4천원), 2010년 4천200원(고시 4천110원), 2011년 4천400원(고시 4천320원), 2012년 4천670원(고시 4천580원), 2013년 4천960원(고시 4천860원)이었다. 고시된 법정 최저임금액보다 70원 내지 100원 인상된 금액으로 해마다 정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고시될 2014년 최저임금이 5천210이니 5천300원 정도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올해 시급 5천910원을 요구했지만 그래서 교섭하고 있지만 그럴 거라고 보인다. ‘민주노총이 노동귀족으로, 정규직만 대변하는 상층노동자 조직으로 매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격차 해소와 연대임금정책 실현의 핵심 고리인 산별 최저임금 투쟁의 중요성’을 스스로 강조해 온 것과는 달리 산별노조의 최저임금 교섭과 합의가 보여지는 결과는 노동자 연대임금정책이라고 말해온 산별 최저임금제도가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구나 주장과는 달리 협약은 실제 권리로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의 노조의 관심과 투쟁을 보여주는 결과이고 지표일 수밖에 없다.

5. 올해 최저임금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정할 것을 국가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요구했고, 사용자들을 상대로 해서 산별노조는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전자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전체 노동자의 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하는 것이고, 후자는 산별 수준의 협약으로 그 산업 종사 노동자의 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후자는 노조의 요구에 응해 교섭을 통해 그것에 합의한 사용자의 사업장 노동자에 한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해서 교섭하고서 협약을 체결하는 사용자는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에 조합원이 가입하고 있고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사업장의 사용자이다. 그렇지 않은 사업장의 노동자는 이 나라 산별노조들이 말하는 산별 최저임금은 자신의 최저임금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산별노조의 교섭의 성과라고 산별 최저임금제도를 내세워 왔어도 이 나라 노조운동이 말해 온 산별 최저임금은 결코 산별 최저임금이 아니다. 본래 산별 최저임금은 한 나라에서 한 산업 종사 노동자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이다. 이런 최저임금제도에 관해서는 사회부가 “일정한 사업 또는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제정 근로기준법에서 정해서 1986년 삭제할 때까지 정하고 있었다. 지금 이 나라 산별노조가 내세우고 있는 산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서 정하는 최저임금 외에 이런 산별 최저임금제도를 별도로 정할 것을 주장해서 투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산별 최저임금을 말하며 그것을 중요한 산별노조의 교섭과 투쟁의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6. 노조는 조합원의 임금 등 권리를 사용자에게 요구해서 교섭과 쟁의를 통해서 단체협약으로 확보해내야 한다. 산별노조든 뭐든 그것이 노조인 한 조합원의 권리를 붙들고서 교섭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조합원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권리 문서인 단체협약서에 새겨지게 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산별노조는 그것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권리 중 가장 중요한 임금수준을 산별노조가 교섭하고 투쟁해서 조합원에게 확보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한 지가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과거 기업별노조였던 지부·지회 등에서 하고 있다. 사업장단위로 자신의 임금수준이 정해지고 그것을 위한 교섭과 투쟁을 그 지부·지회 등에서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면 조합원은 거기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이 나라에서 산별노조가 그것을 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다. 규약과 법은 임금 등 조합원권리를 위한 교섭과 쟁의, 협약 체결의 권한이 모두 산별노조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최저임금을 보면서도 이 나라 노조운동을 말하게 된다. 산별노조는 최저임금을 말해도 임금·평균임금·통상임금 등 조합원의 임금을 교섭과 쟁의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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