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표 공인노무사
(발전노조)

사내하청 등 파견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논란이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불법파견의 심각성을 되돌아보게 된다. 서비스노동자들과 법률단체들이 연대해 노조를 조직하고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노동법 위반에 대한 시정과 직접 고용을 쟁취하기 위해 법적 투쟁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무노조 경영을 자랑스럽게 외치는 삼성이기에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찾기마저도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라는 우려가 필자의 경험으로 새삼스럽게 떠오르며 이번만큼은 큰 변화의 물줄기를 만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2011년 7월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직후 민변 노동위원회의 권영국 변호사의 소개로 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 설립을 준비 중인 노동자들을 만나 설립신고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됐다. 노조 설립이 외부에 알려지자 많은 언론이 이를 보도했는데 10여년간 공인노무사 활동을 하면서 노조 설립이 이렇게 언론(진보언론을 포함)의 관심을 받는 것은 처음 봤다. 그만큼 삼성에서의 노조는 세간의 관심 대상인데, 그 이유는 바로 삼성이 자초한 결과이므로 구태여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과정은 만만치 않았는데, 대표적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미행과 감시, 가족들에 대한 회유, 징계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노조 설립신고는 그리 어렵지 않게 됐으나 노조 설립 이후에도 삼성의 탄압은 계속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처음으로 노조 설립을 알리는 소식지를 제작해 2011년 8월과 9월경 4회에 걸쳐서 에버랜드 직원 출입구와 직원 기숙사 앞에서 평화적으로 선전활동을 진행했고, 조합원 외에도 노조 자문위원과 연대활동가 일부가 여기에 결합했다. 회사는 관리자들과 용역 경비들을 동원해 노조의 선전활동을 방해하면서 전달된 선전지를 빼앗고 폭행과 욕설 등을 하며 아예 정당한 노조활동을 봉쇄했다. 같은 법인 소속이던 후배노무사와 같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2011부노131)을 했는데 기각됐다. 그런데 그 주된 기각 이유가 조합원이 아닌 외부인이 참여했다는 점과 취업규칙에 허가를 받도록 돼 있는데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필자가 공부한 노동법 지식과는 전혀 맞지 않는 판정이라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고, 더욱 참기 힘든 점은 의장인 공익위원이 마지막으로 노동자들과 대리인에게 앞으로는 회사의 허가를 받고 선전물을 배포하겠냐고 질문한 것이다(마치 앞으로 회사의 허가를 받고 유인물을 배포하겠다고 발언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해 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들렸다). 다행히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2012부노92)에서는 연대활동가들이 참여하지 않았던 2011년 8월 2회에 걸친 선전활동 방해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취소됐다. 노조와 삼성은 각각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에 서울행정법원(2012구합20755)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외부인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기각됐던 2011년 9월 2회에 걸친 선전활동 방해마저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현재까지는 삼성의 선전활동 방해 모두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것이다.

필자는 유인물의 배포가 정당한 노조활동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사용자는 비록 취업규칙 등에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유인물의 배포를 금지할 수 없는 것이 헌법의 노동기본권에 근거한 공익(公益)이라고 알고 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삼성에버랜드 부당노동행위사건을 판정한 공익위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공익을 판정하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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