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95개 공공기관에 대해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도입된다. 매년 기능점검·시장화테스트 등을 통해 유사하거나 중복기능을 수행하는 기관과 사업영역은 통폐합된다. 시장화테스트를 적용·검토해 신설되는 공공기관은 3년 후 운영성과를 평가해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민영화와 인력 구조조정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낙하산 논란을 막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일자리는 앞으로 4년간 7만여개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을 심의·의결했다.

◇시장화테스트 거쳐 퇴출 여부 결정=이번 공공기관 합리화정책은 경영효율화를 높이는 데 무게중심이 실렸다. 공공기관의 부채증가나 방만경영 등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근거를 댔다.

이에 따라 상시적 구조조정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1단계로 중소기업지원·정보화·고용복지·해외투자 급증분야 등 4개 분야에 대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올해 12월까지 공공기관의 협업 현황을 살피고 기능조정을 단행한다. 민간과 경합 가능성이 있는 공공기관 자회사나 새로운 공공기관 신설시 시장화테스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장화테스트는 공공기관·자회사·민간기업 중 가장 효율적인 공급자를 도출해내는 방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협업을 내세운 대량 인력 감축 수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경호 공공노련 사무처장은 "협업이란 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력구조조정을 한다는 말이 아니겠냐"며 "공공기관의 고유 설립 취지나 공공성 강화 취지가 아니라 그때그때 입맛에 따라 합리화정책을 들이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민영화로 연결되나=공공기관 민영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사업팀장은 "철도의 경우도 경쟁도입과 기능분할을 통한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다"며 "공공기관 설립과정에서 시장화테스트는 민영화로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는 "민영화가 아닌 기능조정이라고 말은 하지만 대대적인 구조개편이 포함돼 있다고 본다"며 "공공기관으로 존치할 필요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언제든 민간기업으로 넘기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상시적 기능점검 체계도 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공기관은 지금도 감사원 감사, 예산지침·경영평가·경영공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시적 기능점검을 강조하는 건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낙하산 논란 근절될 수 있나=정권교체 때마다 문제되는 공공기관장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임원 선임절차를 간소화해 인맥을 통한 부적격자가 선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현행 공공기관 임원 선임절차는 '임원추천위원회-공공기관운영위원회-임명' 단계를 거치지만 앞으로는 임원추천위-임명으로 한 단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임원추천위 구성을 놓고 공정성이 떨어지고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던 상황이라 임원추천위 역할을 강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해서 낙하산 논란이 근절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준형 팀장은 "임원 선임절차에서 공운위 단계 대신 국회 등을 통한 검증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신규채용? 돌려막기?=정부는 4년간 7만여명을 신규채용해 고용률 70% 달성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인력재배치(2만4천500명)·제도개선(1천500명)·선택형 일자리(4천500명)로 채용여력을 확대하고, 일자리 수요가 확대되는 통신보안·안전관리·보건복지 등 분야를 중심으로 증원(2만6천명)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증원 2만6천명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재배치는 신규인력 충원이 아닌 데다 선택형 일자리도 일자리 쪼개기 형태다. '일자리 돌려막기'라는 노동계의 비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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