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지역지부

8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노동자 불법파견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서비스업 분야에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가 공공기관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미경 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각 분야별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공사가 공항운영 전 분야에서 사용하는 간접고용이 도급이 아닌 불법파견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지부장 조성덕)는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불법파견 실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연구는 올해 4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다.

연구 결과를 보면 공사는 외주위탁을 준 공항운영, 경비운영, 환경미화, 전력·토목·조경, 기계설비, 수하물, 통신 및 서버운영 등 7개 분야에 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5천960명을 불법으로 파견 받아 일을 시켰다. 겉으로는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공사가 하청노동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했다.

◇하청노동자 작업배치권 가진 공사=공사가 도급업체와 체결한 도급계약서를 살펴보면 도급업체들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예컨대 조직 및 인력 구성과 근무장소, 근무형태 모두 공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 사정에 따라 인원투입을 줄이려면 인력운용계획을 수립해 공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휴일·야간 노동도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교대근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서를 공사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았다. 도급계약이라면 일의 완성을 위해 업체들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휴일 또는 야간 근무를 실시할 수 있다.

공사가 하청노동자들의 작업배치권을 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작업배치권은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할 때 주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작업배치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합법도급인지, 불법파견인지 가늠할 수 있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할 때도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방법, 작업순서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급업체에 지급되는 도급료 역시 일의 완성이 아니라 공사가 결정한 투입인원·직급·근무시간에 따라 지급됐다.

공항공사가 하청노동자들을 지휘·감독·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2002년 운영 분야 서비스부문에서 ISO 9001 인증을 취득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ISO 9001은 불법파견 증거"=이번 실태연구에 참여한 권두섭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는 "ISO 9001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공사가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매뉴얼에 따라 공항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을 지휘·감독하고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도급을 준 부분까지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각 공정별 작업표준·업무 분장표·직무교육· 각종 규정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원청회사 책임자와 지휘 감독자를 정한 뒤 이들의 관장 아래 공정이 진행된다는 것을 공사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얘기다.

조성덕 지부장은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진짜 사용자는 인천공항공사"라며 "사장이 직접 나와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지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개별교섭 사업장 조합원을 제외한 1천616명 중 1천592명이 투표에 참여해 88.5%가 찬성했다. 지부는 8일까지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쟁의조정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9일부터 부분·경고 파업에 나선다.

◇공사 "불법파견 아니다"=공사 관계자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2009년 인천공항 특수경비대 해고자들이 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두 차례 패소한 사례를 들며 "공사가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판결은 경비업법을 적용한 것으로 일반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시설주가 경비용역업체 경비원들에게 필요에 따라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다. 신철 지부 정책국장은 "경비업법 자체가 위헌소송 중인 데다, 경비업법을 적용받지 않은 하청노동자까지 같은 기준으로 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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