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박근혜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다. KTX, 나아가 철도산업을 재벌·외국자본에 넘겨주기 위한 절차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겉으로는“철도산업 민영화가 아니다.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한다”고 국민들과 철도노동자들을 속이고 있다.

2003년 철도노조의 공공성 사수 파업 이후 만들어진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철도시설과 운영만 분리해 철도시설은 철도시설공단에, 철도의 운영은 철도공사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철도민영화를 추진하려던 정부가 이를 철회하고 이 방식을 선택한 것이었다.

따라서 국가소유 철도의 운영은 철도공사가 맡기로 입법자가 당시 결정한 것이므로 철도공사가 아닌 수서발 KTX 운영 주식회사가 이를 맡으려면 반드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수서발 KTX 운영 주식회사는 철도공사가 30% 지분을 가지고, 나머지 70%는 연기금 등 공적 성격의 기금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그렇게 된다고 해도 주식회사이므로 언제든지 주식의 일부를 재벌과 외국자본에 넘길 수가 있게 돼 있다. 민영화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온다.

정부의 주장이 거짓말인 이유는 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있다. 한미 FTA 규정에는 서비스산업에 관해 국내외 자본에 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하는 시장접근의무(제12.4조)가 있다. 그런데 철도산업에 관해 부속서 I에서 시장접근의무를 일부 유보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만이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제적 수요심사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2005년 7월1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수서발 KTX 출자회사가 운영하게 되는 수서발 KTX 노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택~동대구 노선(경부선)은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노선이다. 지금 국토교통부 발표대로라면 철도공사가 30% 미만의 지분을 소유할 뿐이다. 엄연히 철도공사와는 다른 법적 주체이고 이후 언제든지 주식 매각으로 민영화가 가능한 수서발 KTX 출자회사가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노선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한미 FTA는 래칫(Ratchet) 조항이라 불리는 역진방지조항을 두고 있다. 따라서 부속서 Ⅰ의 현재 유보조항은 협약의 당사자가 한 번 유보조항을 후퇴해 개방하면 다시 되돌릴 수가 없도록 돼 있다.(한미 FTA 12.6조 다호). 즉 철도운송서비스에 대한 부속서 Ⅰ의 유보조항이 아래와 같이 변경되는 결과가 된다.

"철도운송서비스에 대하여도 시장접근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경제적 수요심사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이면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고 제한 없이 시장접근이 허용된다."

철도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재벌의 진입이 완전히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회의 동의 잉크조차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FTA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회의 동의도 없이 그냥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즉 박근혜 정부 논리대로라면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조약 내지 협정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얻은 후 바로 다음날 행정부가 그 내용을 임의로 변경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식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주장인가. 국토부는 수서발 KTX 운영 주식회사가 공적 성격의 기금만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한다. 이미 유보조항은 사라졌고 미국자본, 미국자본이 투자한 한국 재벌기업이 공정한 기회를 주지 않고 왜 수서발 KTX 운영 주식회사에 특혜를 주느냐며 투자자국가소소제도(ISD)를 악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나중에 문제가 생겨 다시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되돌리려고 할 때, 또 한미 FTA를 근거로 ISD에 제소를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 정부가 이를 모르고 추진할 리는 없다. 그러면서도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속이기 위해 “민영화가 아니다, 재벌과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게 아니다”고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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