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희 기자

산림소유자와 임업인들의 협동조합인 산림조합중앙회에 외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산림자원 조성사업에 민간 산림사업법인의 참여를 허용했다. 낮은 진입장벽 탓에 산림법인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1천여개에 달할 정도로 창궐했다. 산림조합이 정부의 산림사업을 수행하는 비중은 2001년 98%에서 2007년 75%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62%로 뚝 떨어졌다. 물론 나머지는 산림법인의 몫이었다.

뿐만 아니다. 올해 5월에는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이 산림사업에 조경업체 같은 전문건설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산림자원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경쟁입찰을 강제한 김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 문제 삼을 정도였다. 해당 상임위는 검토보고서에서 "2010년 개정된 산림자원법에 의해 2015년부터 대행·위탁 사업의 범위가 축소되니 그 이후에나 논의해 보자"고 에둘러 반대했다.

그럼에도 국가 산림사업에서 민간영리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산림조합은 국가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 비영리 법인으로서 공익적 목적을 가진 조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산림사업을 대행·위탁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2008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배치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4월 취임해 갓 두 달을 넘긴 이동원(40·사진) 금융노조 산림조합중앙회지부 위원장의 고민도 비슷하다.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2일 오전 서울 삼전동 지부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조합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예요. 침체돼 있는 조직 분위기와 저하돼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조직이 커 나갈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경영의 기본은 사람 아닙니까. 돈 100원 더 받는 것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몸은 힘들어도 산림조합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야죠. 그래야 조직이 발전합니다. 5일 경영진과 첫 노사협의회를 갖는데 이 부분을 어필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동원 집행부’의 제1 목표는 노동자들이 편하고 즐겁게 일할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직원들이 반농담조로 3D 업종이라고 합니다. 산 타는 일이 정말 힘들거든요.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면 하루가 다 가고 속옷·양말까지 흠뻑 젖습니다. 일은 힘든데 경영진은 수익에 연연합니다. 인원충원이 안 되고 수익은 더 내려니까 ‘쪼는’ 거죠. 그러니 직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요.”

이 위원장이 제시한 ‘즐겁게 일하기’의 해법은 소통이다. 그는 경영진을 “경직됐다”고 표현했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얼마나 강도 높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는 말과 함께였다.

이 위원장은 “경영진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며 “산림조합은 공익적인 부분이 강한데도 실적 위주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영진 스스로가 직원들을 챙기고 배려하고 위로하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집행부를 꾸린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각 자치단체에 있는 중앙회 산하 24개 조직을 방문하는 일이었다. "열심히 해서 공약 꼭 지켜 달라"는 요구부터, "똑바로 못하면 잘라 버리겠다"는 웃음 섞인 경고(?)까지 나왔다고 한다.

“감회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얼마 안 되는 표차로 이겨서 사실 걱정했는데 의외로 격려를 많이 들었어요. 하나로 뭉쳐서 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항간에는 노조를 하고 나면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는데 어디 3년 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있나요. 맡은 일이 이 일이고, 조합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일할 수 있는 자체가 즐겁습니다.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생각도 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직원들에게 지금은 힘들지만 조직을 키워 놓으면 노고에 대한 보답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부재를 깨서 회장이나 기관의 장이 말단 직원과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이 위원장의 목표가 외풍을 헤쳐 나갈 밑거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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