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철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KTX 기장 및 열차팀장들이 전직거부 선언서에 손도장을 찍고 있다. 배혜정 기자
"그냥 울고 싶을 뿐입니다."

1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만난 김진한(52) KTX 기장은 손바닥에 묻은 잉크를 닦아 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철도노조가 개최한 KTX 승무원 전직거부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선언서에 손도장을 찍었다.

1985년 철도공사에 입사해 28년 동안 열차를 운전한 김 기장은 국토교통부가 수서발 KTX 자회사에 일반인들이나 퇴직자들을 불러 모아 7~8개월 교육 뒤 열차운전에 투입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안전에 그렇게 자신이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적어도 10년 넘게 운전경험을 쌓아야 안전운행을 담보할 수 있다"며 "국토부가 졸속으로 추진하면 할수록 결국 화살은 국토부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력 27년의 신형근(47) 기장은 "2009년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대체기관사 양성과정이 간소화·축소된 뒤 문제가 많았는데, 현재보다 더 교육기간을 축소하겠다고 하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이 기관사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기장은 이어 "정부가 효율화를 이유로 적자노선을 민간에 팔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KTX 알짜노선까지 민간에 넘어간다면 철도공사에 남는 게 무엇이냐"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철도공사를 빈껍데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종탁(49) 기장은 "정부가 국민의 발인 철도정책을 입안할 때는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경쟁·효율화만 추구하다 보면 탈이 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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