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과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노출된 열차를 검수하다 폐암에 걸린 철도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공단 서울서부지사는 철도공사에서 25년간 통일호와 무궁화호·새마을호 검수업무를 하다 지난해 3월 원발성 폐암 진단을 받은 양아무개(57)씨가 같은해 9월 제출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휴업급여 신청에 대해 산재인정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철도공사에서 일하다 석면·디젤엔진 연소물질에 의해 폐암에 걸린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양씨의 폐암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고, 그 결과를 공단 서울서부지사에 통보했다. 서울질판위는 "양씨의 업무내용·의무기록·역학조사 결과 작업환경에서 석면이 상당량 검출되고, 디젤엔진 연소물질 노출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양씨의 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양씨는 85년 철도청에 입사해 18년간 통일호·무궁화호·새마을호에 승차해 발전실·기관실·객차 내 각종 기기를 점검·수리하는 승무검수를 했다. 2005년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승무검수직이 폐지된 뒤에는 같은해 4월부터 2011년까지 새마을호에 대한 사업검수(차고지에 입고한 열차 검수)를 했다.

질판위가 직업성폐질환연구소에 의뢰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씨는 승무검수를 했던 18년 동안 저농도의 석면에 상시적으로, 고노동 석면에는 비정기적으로 노출됐다. 승무검수 중 차량 발전소와 기관실을 출입하면서는 디젤엔진 연소물질의 영향을 받았다. 양씨는 사업검수를 한 7년 동안에도 수시로 석면과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노출됐다.

2011년 12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침을 계속하던 양씨는 지난해 3월 폐암 확진을 받고, 좌측 폐상엽 절제술을 받았다. 직업성폐질환연구소는 "현장조사 결과 발전실·기관실·제동장치가 있는 BOU 박스 등에 석면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고, 엔진이 가동된 상태에서 진동에 의해 석면이 방출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업검수 작업자들을 측정한 결과 디젤엔진 연소물질은 0.037mg/㎥이 검출됐다. 미국산업위생협회(ACGIH)가 정한 디젤엔진 연소물질 제안기준은 0.02mg/㎥다. 제안기준의 두 배 가까이 검출된 것이다.

사건을 대리한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철도공사에서 석면과 디젤엔진 연소물질이 주요 원인이 돼 폐암이 발병된 최초 사건"이라고 말했다. 권 노무사는 "잠복기가 10~20년인 석면의 특성상 폐암 발병 노동자들이 철도공사에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수 노동자들이 십수년간 석면·디젤엔진 연소물질에 노출돼 있었던 만큼 공사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규 철도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산재 판정이 나온 만큼 철도공사에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조합원 중에 폐암에 걸린 유사사례가 있는지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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